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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응도 빈부 따라 양극화

저소득층 공기청정기 꿈도 못 꿔, 부산 일부 구 제공 마스크에 의존

  • 국제신문
  •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
  •  |  입력 : 2019-03-14 19:54:1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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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복지행정 걸음마 수준
- 적극적 돌봄 시스템 마련 절실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요즘, 부산 동구 좌천동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김모(89) 할머니는 기침이 심해져 가슴 통증까지 앓는다. 하지만 단순 감기라고 생각해 목감기 약만 복용해 왔다. 미세먼지에 대비하거나 치료를 받을 여유도 없다. 김 할머니는 “마스크 사는 데 쓸 돈도 없다”고 했다.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가 계속되면서, 빈부에 따라 대응도 양극화하는 ‘더스트 디바이드(dust divide)’ 현상이 뚜렷하다. “이젠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것도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지자체의 대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최소 KF80 등급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KF는 식약처의 인증을 받았다는 표시고, 뒤에 붙는 숫자는 0.4~0.6㎛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비율을 뜻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 효과가 크고 가격도 비싸다.

KF80 등급 마스크의 장당 가격은 3000~5000원가량으로, 온라인에선 ‘없어서 못 살’ 정도로 매진 행렬을 이어간다. 그러나 저소득층에겐 이마저도 부담이다. 장당 사용 횟수는 1, 2회에 그친다. 매달 1인당 3만~6만 원가량을 써야 한다. 3, 4인가구만 해도 마스크 비용으로 한 달에 20만 원 안팎이 든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인터넷 쇼핑몰엔 40만 원이 넘는 초고가 마스크까지 등장했다.

집에 공기청정기를 들이는 건 더 ‘꿈 같은 일’이다. 저소득층은 보통 30만~50만 원, 성능에 따라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공기청정기를 사는 건 엄두도 못 낸다. 공기청정기에다 의류관리기(스타일러), 공기 정화 식물, 휴대용 공기청정기, 애완견용 마스크까지 갖춘 부유층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부산 한 보건소 관계자는 “당장은 느끼지 못해도 미세먼지가 몸 안에 축적되면 폐암을 비롯해 건강에 각종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처럼 ‘미세먼지 양극화’가 계속되면 소득에 따라 수명이 차이 나는 현상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 차원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산지역 일선 구·군의 대책은 양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동구는 지난달부터 마을건강센터와 치매안심센터 경로당 어린이집 등에 KF80 등급 마스크 1만 개를 나눠줬다. 부산진구도 지난 11일부터 70세 이상 홀몸 노인 1만2000여 명에게 미세먼지 마스크 4만8000여 장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 밖에 대부분 구·군은 미세먼지 전담 부서가 없거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담당 부서가 환경위생과와 보건소 등으로 이원화된 곳도 많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미세먼지는 ‘발암 먼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위험하지만 지자체 대응은 소극적이다. 시와 구·군 간 협력체계도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엔 마스크를 비축하거나 대피 시설을 갖추는 등 취약계층을 위한 ‘미세먼지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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