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에 공조 요청도 검토

노르웨이 법원이 부산 신혼부부 실종 사건 유력 용의자의 국내 송환을 불승인(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8면 등 보도)한 것과 관련해 항고 기회를 놓친 검찰이 범죄인 인도를 재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과 경찰은 용의자 A(여·38) 씨를 노르웨이에서 추방하도록 유도해 검거를 시도할 계획도 세웠지만, 이런 방법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철희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은 19일 A 씨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노르웨이 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해 “재청구를 위한 모든 증거를 찾는 게 정답”이라고 밝혔다. 이 지청장은 또 “이를 위해 실종 부부 사건의 모든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청장은 이날 지청장실에서 실종 부부 사건 수사 기록을 모두 꺼내놓고 직접 재검토했다.

이 지청장은 과거 이태원 살인 사건 용의자였던 아서 페터슨을 끈질기게 추적해 법정에 세운 주인공이다. 당시 이 지청장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뒤 범죄인 인도 청구를 거쳐 용의자가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이 지청장은 “신혼부부의 실종 등과 관련 있는 유력한 증거를 찾아서 우리 정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 재청구를 하면 현지 법원이 인도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남부경찰서 수사과와 연계해 이번 사안에 ‘투 트랙’으로 접근한다. 범죄인 인도 재청구마저 쉽지 않을 때를 대비해 제2, 3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에 동부지청은 오는 25일 오후 2시께 지청 내 천광영 형사2부장실에서 남부경찰서 수사관들과 실종 부부 사건 해결을 위한 수사 계획을 논의한다. 이날 제안할 복안의 하나로 검찰은 노르웨이 당국에 A 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사법 공조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도 이날 별도 수사 방안을 제안하는 등 회의를 토대로 검경 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애초 검경은 무효가 된 A 씨의 여권을 근거로 노르웨이 당국에 A 씨의 추방을 요청하고, 승인되면 A 씨가 탄 비행기를 추적해 검거할 계획이었다. 앞서 1년여 전 경찰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는 A 씨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하지만 A 씨는 2014년 노르웨이 출입국 관리사무소로부터 ‘일시적 거주권’을 얻어 현지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계획을 실행하기가 어려워졌다.

검찰 관계자는 “A 씨가 영주권은 없지만 불법 체류자가 아니어서 강제 추방을 요청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노르웨이 현지 법원으로부터 범죄인 인도 승인을 받아서 A 씨를 직접 수사하려 했다가 무산된 만큼 다음 단계를 구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