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표본조사선 33%로 나와
- 관리직원 맨눈 점검탓 오류 많아
- 시, 직접 운영실태 점검 나서

건축허가 요건만 채운 뒤 사실상 버려지는 기계식 주차장(국제신문 지난 1월 23일 자 6면 보도)이 그동안 엉터리로 관리돼 온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일선 구·군은 전체 기계식 주차장의 2.2%만 운영되지 않는다고 부산시에 보고했지만, 시가 직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소 3분의 1가량이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지역 기계식 주차장 운영 현황에 대해 구·군과 합동 점검에 나섰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구·군별 기계식 주차장 10개를 무작위로 표본 추출해 모두 160개를 점검할 계획이다.

시가 이 같은 조처에 나선 건 최근 구·군이 파악해 보고한 자료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부산에는 4789개 건물에 7120개(13만620면) 기계식 주차장이 있다. 그런데 최근 구·군이 제출한 자료에선 기계식 주차장 전체 주차면 중 2567면(2.2%)만 작동을 멈춘 것으로 기록됐다. 이에 시가 구·군의 자료는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판단해 직접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우선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동래구와 부산진구에서 20개 기계식 주차장을 무작위로 점검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261면 가운데 84면(32.9%)이 미사용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비록 표본 수가 적지만, 구·군의 자료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시 관계자는 “구·군마다 기계식 주차장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한두 명에 그치다 보니, 평소 맨눈으로 간단히 점검하는 데 그쳐 오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답해했다.

이처럼 구·군의 부실한 관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기계식 주차장이 법적 규정만 맞춘 뒤 방치된다고 문제를 제기한 건 시가 아니라 구·군이었다. 지난 1월 15일 구청장·군수협의회 정례회 때 이 문제가 거론됐고, 이 바람에 시는 지난달 26일 각 구·군 건설·교통과장과 건축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토론회를 열었다.

그동안 기계식 주차장은 건축주들이 제한된 부지에다 현행 법 규정에 맞는 건물을 지으려다 보니 무분별하게 들어섰다. 주차장법에 따른 시 조례상 건축주는 건축허가를 받을 때 위락시설은 67㎡당 1면, 판매시설 등은 100㎡당 1면 이상 주차면을 설치해야 한다. 다가구주택은 전용 면적별로 0.5~1면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시는 쉽사리 기계식 주차장 설치를 제한하지 못했다.

시는 이번 합동 점검을 통해 정확한 기계식 주차장 운영 실태를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 김우배 택시운수과장은 “법으로 기계식 주차장 설치를 제한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건축주들이 반발할 게 뻔해 먼저 실태를 점검하기로 한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개선책을 만들지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