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50명 중 10%만 위한 시설
- 체력단련용으로 보기도 어려워
- “공 소리 업무지장” 일부 불만도

경남 합천교육지원청이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청사 지하 기계실에 직원 전용 골프 연습장을 설치, 운영해 물의를 빚고 있다. 21일 합천교육지원청 지하 기계실. 이곳의 벽면에는 깃발이 꽂힌 골프장을 그려 넣은 펼침막이 2개가 걸렸고, 주변은 굵은 그물망이 둘러싸 영락없는 골프 연습장의 모습이다. 바닥에는 인조잔디를 깔았고 골프채 두 세트와 골프채 세척 시설까지 비치돼 있다.

21일 민방위 대피소인 합천교육청 지하 기계실에 골프 연습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완용 기자

공공청사 지하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한 보기 드문 사례다. 지원청 전체 직원 50명 중 골프를 하는 직원은 10%에 불과해 이 골프연습장을 직원 체력단련용 시설로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지원청은 지난해 8월 골프연습장을 설치할 때 청사 환경개선 목적으로 확보한 예산 800만 원을 사용해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이곳이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시설이라는 점이다. 평소에는 공용시설로 사용할 수 있지만, 유사시에는 공무원과 주민 대피장으로 쓰이는 장소다. 지하실 전체 면적 200㎡ 중 50㎡를 골프 연습장이 차지하고 있다.

민방위 업무지침에는 대피소를 ▷민방위사태 발생 시 즉시 본래의 목적인 대피 시설로 전환할 수 있는 상태에서 개방해야 하고 ▷유사 시 대피 시설로 방해가 되는 물건을 쌓아 두거나 고정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원들의 불만도 크다. 누군가 골프연습장을 사용하면 골프공이 그물망에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려 업무에 지장을 주고, 지원청을 방문한 민원인에게도 큰 위화감을 주기 때문이다.

교육지원청 한 직원은 “민방위 대피소에 골프 연습장을 설치한 데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이용하는 사람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민 김성태(59) 씨는 “합천교육의 사령탑인 교육청 본관 건물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며 “요즘 아무리 골프가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공공건물 민방위 대피 시설에 설치했다는 사실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백경 교육장은 “직원들이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에 체력단련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골프연습 시설을 설치했다”며 “지하실 면적의 일부여서 민방위 대피 시설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체육시설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합천군과 합천경찰서 등은 직원들의 체력단련용으로 당구, 탁구에 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