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조현병 치료 병력 몰라

- 폭력성 토로에도 조치 안 해

- 안일했던 판단이 비극 불러

- 프로파일러 “중증장애 있는 듯”

양손에 쥔 흉기로 이웃 주민들을 살해한 안모(42) 씨는 과거 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 상태가 매우 불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는 평소 이웃에게 난폭한 행동을 일삼아 올해에만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경찰의 안일한 판단이 이번 비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거세다.

2015년 12월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로 이사한 안 씨는 예전부터 수차례 난동을 부렸다. 경남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주민들은 올해에만 7차례 안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1월 17일에는 상대동 한 자활센터 직원 2명을 폭행하기도 했다.

7건의 신고 중 4건은 안 씨 집 위층 주민 강모(여·54) 씨와 최모(18) 양이 했다. 안 씨는 “위층에서 먼지나 벌레를 떨어뜨린다”거나 “층간 소음을 일으킨다”며 이들과 시비하는 일이 잦았다. 지난달 3일에는 안 씨가 강 씨 집 현관문에 오물을 뿌려 경찰에 이를 알렸지만, 증거가 없었다. 이후 경찰의 권고로 CCTV를 설치한 강 씨 가족은 같은 달 12일 안 씨가 간장과 식초를 섞어 만든 오물을 현관에 뿌리는 모습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안 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최 양은 방화·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17일에도 안 씨와 말다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귀가하는 최 양의 뒤를 밟아 집으로 들어가려 하거나 초인종을 마구 누르는 등 위협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안 씨의 공격에 최 양은 결국 숨졌고, 강 씨는 중상을 입었다.

바로 1주일 전까지 안 씨를 수사한 경찰이지만, 이번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안 씨의 정신병력을 알지 못했다. 뒤늦게 안 씨의 치료 전력을 확인한 경찰은 그가 2010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이 과정에서 정신감정을 의뢰해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한 달간 정밀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당 사건 판결문에는 안 씨가 ‘편집형 정신분열증’을 앓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시의 한 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안 씨의 범행 동기를 분석 중인 경남경찰청 프로파일러는 “안 씨에게 중증의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주민 이모(36) 씨는 “안 씨는 퇴근하는 내가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온 적 있다. 그때도 우리 가족이 몇 호에 사는지 확인하려 집 밖에서 기다리길래 한동안 늦은밤에도 거실 불을 켜지 못했다”며 “주민들이 수차례 안 씨의 폭력성을 경찰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토로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미흡한 대처가 결국 화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경찰이 그동안 상습적으로 주민을 괴롭히고 난동을 부린 안 씨에 대해 미리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이런 끔찍한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안 씨가 평소에도 정신질환을 앓는 것처럼 이상 행동을 하고 폭언을 일삼아 살기를 느낀 주민이 많았다”며 “이런 안 씨를 경찰과 보건소가 빨리 파악해 조처하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씨는 무직으로 2015년 12월 15일 15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입주해 그동안 혼자 살아왔다.  

김인수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