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허위 사실” 법적대응 검토

취업·승진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부산항운노조가 책임 소재를 놓고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는다. 이달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조합원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부산항운노조는 자정 능력을 잃은 세습 조직’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지도부는 허위 사실 유포 책임을 물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도둑맞은 1000억 원을 찾아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자신을 부산항운노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A 씨는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인사 전횡과 비리를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며 항운노조 지배구조, 채용·승진 비리, 집행부 자녀와 친·인척 취업 현황 등을 고발했다.

그는 ‘항운노조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노조 같지만 하나의 큰 인력회사로 봐야 한다’며 ‘취업·승진하려면 50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의 ‘조직비’를 상납해야 하는데, 2010년 이후 집행부로 흘러간 돈은 최소 600억~10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수사하는 검찰이 조합원을 소환하면 노조 간부가 로비까지 따라와 입단속을 시킨다고도 했다.

A 씨는 이 같은 비리가 위원장 간선제 때문이라며 선거제도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2005년 검찰의 대대적 수사 이후 위원장 선거가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5년 만에 다시 간선제로 돌아오면서 주요 보직은 간부 친·인척으로 채워졌다’고 썼다. 이날 오후 현재 이 청원에는 2100여 명이 서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 지도부를 깎아내리려고 올린 글”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실명까지 거론(현재 비실명화)해 명예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 등 가능한 법적 대응을 모두 검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항운노조는 오는 17일 대의원, 20일 위원장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한편 항운노조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지난 2, 3일 김상식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치고 신병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