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쟁 참여자 6명·가족 1심 패소
- 원고측 “즉시 항소 하겠다” 밝혀

박정희 정권 당시 긴급조치 제9호로 구금됐던 부마항쟁 관련자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알려진 ‘긴급조치 배상 판결’이 주된 이유였다. 원고들은 “대법원 판례를 뒤집겠다”며 즉각 항소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지법 민사6부(김윤영 부장판사)는 A 씨 등 부마항쟁 관련자 6명과 가족 2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A 씨 등 6명은 1979년 10월 소요 및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돼 40~130일간 구금됐다. 이들은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이므로 발령 행위 그 자체로 불법이고, 수사·재판 등도 불법이므로 가족당 1억~5억 원의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2013년 9월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례를 이유로 원고 측 주장을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2015년 대법원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라며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었다.

재판부는 또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고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이 사건 종료 후 30년이 지났고, 진실 규명 결정(2010년 5월) 이후로도 3년이 경과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시했다. 과거사 사건에서는 민법상 단기 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를 적용한다는 2013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원고 측은 크게 반발했다. A 씨는 “긴급조치 배상 판례는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조80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을 아꼈다’며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들었던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긴급조치 발령 행위 자체가 불법이므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지난 2월 대법원이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서는 ‘무죄 확정 이후’를 기점으로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이마저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 씨 등은 2017년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A 씨 등은 “대법원까지 가서 새로운 판례를 남기겠다”며 즉각 항소 뜻을 밝혔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등도 이번 판결에 유감 입장을 낼 계획이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