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비밀출산 등 함께 검토”

버려진 영·유아를 보호하는 ‘베이비 박스’가 부산 금정구에서 운영을 시작했지만, 금정구가 이를 두고 ‘합법적 아동 보호시설이 아니다’고 판단해 논란이 인다. 부산시도 ‘베이비 박스가 영·유아 유기를 유발해 불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보건복지부가 베이비 박스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8일 금정구에 따르면 구는 ㈔국민행복실천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인 ‘라이프 가든’에서 영·유아를 보호할 경우 불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버려진 아이를 발견한 사람은 즉시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고, 지자체는 이 아동을 등록된 영·유아 양육시설로 옮겨 보호하는 게 올바른 절차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유기 방조’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구는 지난 3일 운동본부와 면담하고 “아동을 양육하려면 부산시에 신고 후 영·유아 양육시설로 등록을 마쳐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는 ‘라이프 가든’을 영·유아 보호시설로 등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에는 영·유아 양육시설이 18곳에서 아동 청소년 924명이 생활하는데, 이는 최대 수용 가능한 인원의 70% 수준이라 시설을 추가 등록할 필요가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시 관계자는 “베이비 박스는 아동 유기와 유기 방조를 유발할 수도 있어 불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 측은 시와 구가 ‘라이프 가든’의 성격을 오해하거나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는 입장이다. 운동본부 하승범 사무처장은 “유기된 아이를 양육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시 보호하는 것이고, 자녀를 양육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미혼모 등과 상담하고 종합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게 우리의 취지”라며 “민관이 합심해 아이와 임산부 모두를 돌보고, 영·유아 유기를 예방하는 모범 사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구는 복지부에 ‘베이비 박스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김우람 사무관은 “베이비 박스 문제는 영·유아 유기 방지 차원에서 임산부 비밀출산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해외 사례를 보면 프랑스는 비밀 출산은 합법이지만 베이비 박스는 금지하고 있고, 반대로 미국은 베이비 박스만 법제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