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장기과제로 분류해 수용
- 올해 단체협상 타결 알려지자
- 공무원·시민단체 찬반 엇갈려

부산 북구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공무원 자녀의 어학 캠프 참가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하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 측은 열악한 공무원의 복리후생을 고려해 필요한 조항이라는 입장인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지나친 요구라고 지적한다.

북구는 여러 차례 협상 끝에 공무원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체결된 협약 내용 가운데 제44조 ‘조합원 자녀 방학 중 어학 캠프 운영 지원’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민간 기업과 비교해 조합원(공무원)의 복리후생이 열악하다는 점을 근거로 구에 어학 캠프 운영을 요구했다. 북구 노조 관계자는 “민간 기업은 직원 자녀의 대학 등록금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게 보편적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그런 혜택이 없어 구가 직원 자녀를 위해 어학 캠프를 운영하거나 캠프 참가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구는 협상 과정에서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난색을 표했다. 북구 관계자는 “어학 캠프는 1개월 과정이 1인당 100만 원에 달한다. 직원 자녀에게 한 차례씩만 지원하더라도 재정난을 겪는 구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구는 다만, 지속적인 협상을 위해 노조의 요구를 거절하는 대신 장기과제로 분류해 수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당 조항을 놓고 찬반 입장은 뚜렷하게 갈린다. 공무원 노조 측은 북구 노사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공무원 복리후생이 열악한 실정에서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는 필요하다. 북구 노사의 단체협약은 바람직하다”면서 “정부는 공무원 복리후생 증진과 더불어 공무원의 열악한 상황을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 “방학 중 어학 캠프에 참가하는 것은 서민들로서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 노조가 비교 잣대로 삼은 민간 기업은 일반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라며 “공무원의 복리후생이 일반 기업의 평균과 비교해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운 만큼 노조의 요구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구의회 김명석 의원은 “북구에는 공무원의 환경이 열악한 것은 맞다”면서도 “시민 세금인 예산이 투입되는 사안인 만큼 시급성 및 구의 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