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몰제 맞춰 땅 매입 포기 수순
- 재산권 피해 주민 비판 커질 듯

가야대학교가 시민의 큰 기대를 받으며 18년 전 경남 김해시로 이전했으나 애초 약속과는 달리 학교 육성을 소홀히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대학이 이전하면서 학교용지로 묶이게 된 땅을 매입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학교용지 해제 절차를 밟기로 해 논란이 인다.

14일 김해시에 따르면 학교법인 대구학원은 2001년 4년제 종합대학인 가야대를 경북 고령에서 김해로 이전하면서 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시가 학교 이전에 따르는 행정 절차를 지원하고 대학은 인재 육성에 힘써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였다.

이전 당시 대구학원 측은 삼계동 일대 대학부지 107만3648㎡(32만4778평)에 강의동, 한의대병원 등을 짓는 장기 발전 계획을 시에 제출했다. 이에 시는 대학 조성계획 결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내줬다.

하지만 시의 대학 조성계획 결정 고시 이후 18년이 지난 현재 결과는 실망스럽다. 현재까지 1, 2단계로 개발된 면적은 12만3837㎡, 애초 계획의 11.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대병원, 교수아파트, 교수연구동 등은 착공조차 못했다. 재학생 수는 대학원을 포함해 2500여 명에 불과하다. 같은 지역 사립대학인 인제대의 25% 수준이다.

게다가 대구학원은 학교 용지로 지정 고시됐으나 아직 매입하지 않은 사유지 39만4985㎡를 학교용지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면적은 전체 학교용지 중 36.8%다. 3단계 사업은 추진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이는 내년 7월부터 20년 이상 방치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해제하는 일몰제가 시행되는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대학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로 신입생이 감소하는 마당에 땅을 사고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학생 취업 등을 지원하며 내실을 다진다는 게 학교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야대가 인제대와 더불어 지역 명문 사학으로 발전해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되기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이 커질 전망이다. 땅이 학교 용지로 지정돼 18년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지주들의 극심한 반발도 우려된다.

김해시 관계자는 “구두상으로 대학 측으로부터 학교용지 해제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아직 공문을 접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학교 용지 해제를 추진한다면 시로서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사유지를 매입해 약속했던 육성계획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