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제15회 해운대 모래축제가 지난해보다 더 다양한 작품과 즐길 거리가 준비된 가운데 풍성하게 시작했다. 다만 기상 관계로 작품 준비가 늦어지면서 행사장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아 축제 첫날 관람객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행사 첫날 예술고 학생 작품 50여 점 참신…프로 작품 미완성, 행사장 미정리 아쉬움

24일 오전 11시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양손에 손삽과 호스를 든 10대 청소년들이 온몸에 모래 범벅을 한 채 모래 조각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올해 해운대모래축제 최초로 마련된 슈퍼 아마추어 모래조각 경연대회에 참여한 한국조형예술고 학생들이다. 이날 대회 1일차 행사의 하나로 예술고 학생 350명은 각자 팀을 나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모래조각 작업을 벌여 50여 개의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은 학생들의 취향을 반영해 아기자기한 동물부터 영화 속 히어로의 모습을 닮은 조각까지 다양했다.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매우 더웠지만, 친구들과 흔치 않은 대회에 참여해 솜씨를 발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내년에도 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평일 축제가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10, 20대 학생과 유치원생들이 대거 행사장을 찾았으며, 젊은 연인들과 때 이른 휴가객들도 오전부터 작품들 앞에서 ‘셀카’ 삼매경에 빠졌다. 오후 무렵에는 퇴근 뒤 관람객이 해수욕장에 몰리기 시작했다. 구 측은 25, 26일 주말 동안 대규모 가족 단위 관람객이 축제를 즐길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행사 초기 미진함도 보였다. 앞서 주말 내린 비의 여파로 프로 작가들의 작업이 이틀 지연되면서 전시 작품 설치가 이날 오후가 되도록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모래를 이용하는 행사장의 보수 작업에 쓰이는 굴착기가 백사장 한가운데에서 대기하면서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주부 관람객은 “아이에게 신선한 체험 기회를 주려고 축제를 찾아 왔다”며 “세살배기가 처음 보는 굴삭기에 다가가려해 제재하느라 애를 먹었다.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대형 굴삭기는 치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작품 완성이 늦어져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면서도 “행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첫날 축제를 찾은 이들에게는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프로 작가 환조 전시 첫선…남은 축제 다양한 즐길 거리로 기대감 높여

구는 축제 첫날의 미진함을 다양한 즐길 거리로 달래겠다는 각오다. 올해 축제는 작품만 보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규모와 다양성이 확대됐다. 올해 국내를 비롯한 해외 프로 작가들이 음악을 주제로 선보이는 작품 수는 20점으로 이중 환조 작품이 8점, 부조 작품이 12점이다. 이는 지난해 축제 때 부조 작품 11점만 소개한 것에 비해 배가량 늘어난 전시 규모다.

축제 첫날 학생 대회에 이어 둘째, 셋째 날 일반인 모래 조각 대회도 열린다. 수상자는 내년 행사 때 프로 작가와 함께 작품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이외에도 구 측은 대회 방문객이 모래를 가지고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거 늘렸다. 모래 속에 숨겨둔 보물 찾기를 시간대 별로 하루 세 차례 진행하고, 누구나 모래 조각을 할 수 있는 구간을 별도로 조성했다. 또 모래 썰매를 탈 수 있는 구간도 만들어져 축제 첫날부터 인기를 끌었다.

또 해수욕장 뿐 아니라 특설무대, 구남로 등 광장에서 히든싱어, 샌드 클럽, 버스킹쇼, 스피드 샌드대회, 펀샌드, 물총싸움, 프린지 페스티벌, 개막식 불꽃쇼, 애니메이션 상영, 거리 퍼레이드, 샌드 아카데미, 아트 프리마켓, 미니콘서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행사 기간 야간에 마린시티 아파트 주민들이 거실 조명을 환하게 켜 대형 빛 타워를 연출해 축제 방문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 전시 작품마다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와 보는 재미에 듣는 재미를 더했고, 낮에 썰매를 타던 모래 언덕이 밤에는 영화관으로 바뀐다.

구 관계자는 “행사 이후 처음으로 구남로 광장 상인들이 모래 축제를 환영한다는 글귀가 적힌 옷을 입고 홍보 활동을 도왔다”며 “첫날 아쉬움은 있었지만, 축제가 무르익을수록 즐거움만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