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V. 헐리히(David V. Herlihy)는『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2004)에서 자전거야말로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탈것’을 향한 지난하고도 힘겨운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자전거 예찬론을 폈다.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할 때 단지 에너지원만을 볼 것이 아니라 교통이나 건축 등 우리의 실생활에서의 에너지문제를 깊이 있게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걷기나 자전거타기의 중요성, 특히 오늘날 도심에서 보행권과 공공자전거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자전거는 ‘인간의 신진대사 에너지를 이동력의 한계에 꼭 맞도록 하는 이상적인 변환기’이다. 자전거는 눈과 비바람의 영향을 받는 단점이 있지만 현재의 자동차 우선의 법체계가 탈것으로서의 자전거의 발전을 완전히 억눌러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물건을 많이 실어나르는 데 부적합하다고 하지만 가령 베트남전쟁 중에 베트남 국민들은 한 대의 자전거로 200㎏의 화물을 태연하게 실어날랐다고 한다.

	부산 사상구 삼락강변체육공원에 세워진 자전거. 국제신문DB

에너지 효율면에서 보면 자전거를 통한 이용은 생물과 기계 양측의 중간으로 그 이용에 필요한 에너지량에 관해 매우 효율적이며, 인간이 어느 거리를 어느 속도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량으로 비교하면 자전거는 도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하는 정설이 있다. 이러한 수치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자전거로 1㎏의 물체(차체를 포함)를 1㎞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칼로리는 자동차의 약 6분의 1 정도라는 시산도 있다. 또한 자전거의 속도를 보면, 평지단독주행으로 전 풍압을 받은 최고도달 속도기록은 캐나다의 샘위팅검이 2008년 바람막이를 부착한 스트림 라이너로 달성한 시속 82.3마일(시속 134.4㎞)로 자신이 보유한 시속 81.02마일(시속 131.7㎞)의 세계기록을 6년 만에 갱신했다. 이것이 사람 혼자만의 출력에 의한 최고속도 기록이기도 하다.

자동차와 자전거를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 비교하면 어느 쪽이 경제적일까? 가미오카 나오미는 『자동차에 얼마나 돈이 드는가』(2002)에서 이를 비교해 놓았다.

첫째 사용기간과 비용면에서 보면 자전거의 상각비는 5만 엔짜리 자전거(변속기부착)를 10년간 사용하는데 매일 평균 60분 자전거를 탈 경우를 가상하면 분당 상각비는 5만 엔/10/365/60으로 0.216엔이 나온다. 이에 비해 자가용 승용차의 경우 200만 엔 짜리 승용차를 10년간 사용하는데 매일 평균 60분 탄다면 전 주행거리는 20㎞X365X10=7만3000㎞로 기름값을 1㎞당 8엔으로 잡고 세금 차량검사비 보험 등을 포함하면 분당 상각비는(200만 엔+10만X10)/10/365/60으로 13.68엔이 나온다. 우리돈으로 치면 자전거는 10년간 탈 경우 시간당 약 123원인데 비해 자동차의 경우는 약 7776원으로 자동차가 자전거에 비해 무려 63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주차장요금, 타이어 등 소모품비나 수리비, 세차비용, 에어컨으로 인한 연비, 차량관리에 드는 신경과 시간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폐차를 위한 비용, 교통사고로 사람이나 물건을 살상할 위험성,그리고 CO2, NOx의 배출로 인한 환경이나 타인에 미치는 손실은 제외했다.

둘째, 소요시간면에서 보면 자동차의 소요시간은 시가지 평균주행 스피드를 시속 20㎞로 계산할 때 주차장의 출입에 드는 시간이 약 5분 걸린다. 자전거의 평균시속은 10㎞로 잡는데 변속기가 부착된 자전거의 경우 평균시속 15㎞이며 자전거 주차에 드는 시간은 약 2분을 잡는다. 일본 홋카이도 에베쓰(江別)시에서의 주행거리와 자전거 자동차의 소요시간과 비용의 비교 자료가 있다. 먼저 편도 1~3㎞ 정도의 가까운 슈퍼나 지하철역에 쇼핑이나 용무로 갈 경우 자동차와 자전거는 비슷하게 걸리거나 자전거가 빠를 경우도 있으며, 편도 4~6㎞ 정도 거리에 쇼핑을 갈 경우는 자전거와 자동차의 소요시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편도 10㎞ 정도의 거리에 쇼핑을 갈 경우 변속기부착 자전거와 승용차 간 차이는 7분 정도였는데 이 정도의 차이라면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선택하는 쪽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편도 20㎞ 정도 거리의 쇼핑에 나설 경우 변속기부착 자전거와 자동차의 차이는 22분 정도 났고, 이 경우 왕복은 44분 차이가 났다. 그런데 왕복 비용은 2000엔 이상 차이가 났다. 건강을 생각하면 44분의 시간 차라도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다. 편도 20㎞ 이상일 경우엔 자전거 단독보다는 대중교통기관 이용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이클링 자체가 목적이거나 사이클링 여행을 하는 경우 사이클리스트는 평균 시속 15~30㎞로 하루에 100㎞ 정도 달리는 것이 표준이라고 한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 도로국, 경찰청 교통국의 ‘새로운 자전거 이용환경을 생각하는 간담회’ 자료(2007년)에 따르면 각 교통수단의 이동거리와 소요시간은 다음과 같았다. 도보의 경우 시간당 4.8㎞이고, 자전거는 시속 15㎞에다 입출고시간 4분이 소요된다. 자동차는 시속 17.5㎞에다 입출고시간 7분이 소요된다. 버스는 시속 14㎞에 주차장까지 도보시간(6분)과 버스대기시간 4분을 합쳐 10분이 소요된다. 지하철이나 철도의 경우 시속 32㎞에 17분이 소요된다. 17분은 역까지 도보시간(12분)에다 역내이동시간(3분) 그리고 열차대기시간 2분을 합한 것이다.

또한 자전거의 이용거리에 대한 연구를 보면 2005년 일본 전국 도시교통특성조사집계 결과에서 거리별 교통분담률을 보면 자전거는 5㎞ 미만의 거리대에서 교통수단의 2할 정도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 거리대의 중요한 도시교통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2008년 도로교통센서스에서 산출된 자동차 이동의 거리대별 비율을 보면 전체의 42%는 5㎞ 미만의 거리이동로 나타났으며, 5~10㎞가 15%, 10㎞ 이상이 32%였다. 이는 자전거로의 이용전환을 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전거로의 전환이 기대되는 영역에서도 자동차 이동의 5㎞ 미만 이동 가운데 운행 목적이 출근이나 등교, 쇼핑, 식사, 관광, 귀택 등의 이동도 있으며, 화물운반, 돌봄, 통원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자전거로 전환하기가 곤란해 이들 경우는 자전거로의 전환이 기대되는 이동에서 제외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이동 가운데 5㎞ 미만 또는 자전거로의 전환이 기대되는 이용 목적인 이동의 비율은 도쿄 23개 구의 경우 대체로 30~35%로 나타나 정책 수립에 따라 자동차의 자전거로의 전환이 전망되는 영역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자전거는 길의 조건만 잘 돼 있고 시간적 제약이 특별히 없다면 자동차를 대신할 수 있는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충분히 활용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데서 승용차를 근거리 쇼핑이나 단기간 용무를 보는데 사용하는 것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도시의 경우 자가용 승용차 대신 자전거와 대중교통기관을 잘 조합해 살아가는 방법을 심도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근년에 공유자전거를 세계 각국의 대도시에서 대규모로 도입하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프랑스 파리의 밸리브나 미국 뉴욕의 ‘시티바이크’시스템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파리의 밸리브는 1997년 자전거전용도로 길이가 151㎞ 때 자전거 이용지 수를 1(자전거스테이션 750곳, 공공자전거 1만648대)라고 하면 2009년에는 자전거전용도로가 446㎞로 늘어나고 자전거이용지수도 2.2(자전거스테이션 1451곳, 공공자전거 2만4000대)로 올랐다는 것이다. 밸리브의 연간 계약자는 24만5000명이며, 단기이용등록건수는 180만 건에, 연간 이용건수는 35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파리 시내의 이동수단 중 자전거 이용비율이 2001년에 0.9%이었던 것이 2011년에는 1.6%로 2배 정도 늘었다. 반면에 자동차이용 비용이 2001년 43.9%에서 2011년에는 37.8%로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이는 자동차에서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로 전환한 경우가 늘어났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밸리브와 관련된 사고는 2011년 한해 155건이 발생했는데 중상자가 9건이었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경남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살펴보는 시민. 국제신문DB

우리나라도 기존의 차량중심의 교통정책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우선 정책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도시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경남 창원의 공공자전거 ‘누비자’나 대전광역시의 ‘타슈’와 같은 공공자전거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이러한 공공자전거가 레저용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쉽다.

이처럼 현재 대도시에서 자전거가 다니기 힘든 것은 자동차 위주의 도로체계를 비롯한 잘못된 교통정책에 기인한 것이 많다. 이러한 면에서 근래에 추진되고 있는 자전거도로의 확장은 정책적으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레저용 자전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도시교통을 분담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4대강사업으로 강변에 대규모 자전거도로를 낸 것은 실질적인 면에서 친환경 교통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근거리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의 재발견을 통해 집과 버스정류장 또는 지하철역, 집과 쇼핑센터, 집과 공공도서관과 같은 곳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가 근거리교통수단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및 정책의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17년 5월 간선도로 제학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줄인 부산 영도구의 도로. 국제신문DB

첫째, 자전거를 근거리 대중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의 속도제한이 선행돼야 한다. 주행속도 억제는 교통사고의 확률을 낮추고 소음·진동의 발생을 줄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속도를 현행 60㎞ 이하를 시속 30㎞ 이하로 제한하면 대단히 많은 폐해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환경수도라고 불리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경우 도심 주요도로를 제외하고는 제한속도가 모두 시속 30㎞ 이하이며, 뮌스터시의 경우는 시속 15㎞ 이하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가능한 한 도심에 확대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도심 안에서는 저속운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물리적 시스템을 생각할 수도 있다. 지그재그도로 및 험프를 설치하는 것이다. 지그재그 도로의 경우 일본 오사카시 아베노구에서 이를 채택한 결과 실시 이전에 비해 약 60% 수준으로 교통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둘째, 자동차의 주행장소를 제한해야 한다. 자동차도로가 인간에게 공포와 불안을 주는 일이 없도록, 특히 아이들의 노는 곳을 빼앗는 일이 없도록 주행공간을 제한하고, 그곳을 사람들이 걷고 생활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이면도로와 골목길은 원칙적으로 차량금지구역으로 만들어 자동차의 진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 신시가지나 신흥주택지의 조성 시에는 보도와 차도를 완전 분리하는 도로 설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셋째, 도심에서 자전거 주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전거와 버스 및 지하철, 열차 등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잘 돼야 한다. 김영호(2011)는 ‘공간네트워크의 이변량공간 상관관계를 이용한 서울시 자전거와 버스 대중교통의 연계 가능성 분석’에서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통한 생활밀착형 이용이 자전거 이용 확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주장하며, 서울시를 대상으로 버스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의 연계 가능성을 분석했다. 국지적 이변량공간 상관관계 모델을 자전거 및 버스 이용 네트워크로 확장 적용한 것을 이용한 결과, 제한된 지역에서 단거리 이동 중심의 마을버스, 학원버스, 백화점 버스 등이 자전거 이용으로 연계 그리고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자가용승용차에 대한 소유 개념대신 카셰어링과 같은 차량공유제도나 같은 방향을 함께 타고 가는 카풀(자동차 함께 타기)과 같은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자동차를 위한 주차공간을 점차 줄이고, 자동차대신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장려하는 인센티브의 도입이 필요하다. 필요시 통근수당을 거리와 교통수단에 따라 차별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프랑스의 밸리브나 뉴욕의 시티 바이크처럼 이제는 공공자전거시스템을 도심의 주요 교통수단의 하나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전거 보급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전거전용도로의 확충이 필요하다. 아울러 버스나 지하철 정류소 인근에 공공건물에 자전거 보관대를 충분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도와 자전거도로를 이용함에 있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서로를 배려하는 공존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여섯째, 자전거와 관련된 각종 법규?조례나 자전거주행보험 가입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이 자전거등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등록제와 마찬가지로 구청에 자전거를 등록해 자전거번호를 받음으로써 자전거의 도난이나 방치를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을 통해 공공자전거뿐만 아니라 각 가정의 자전거 보유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 파리의 공공자전거제도인 밸리브의 경우도 현재 과제가 공공자전거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워 일반가정에 자전거 보유율 높이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곱째, 저탄소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자전거산업을 진흥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자전거구입에 있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며, 지자체나 기업의 각종 시상품으로 자전거를 적극 보급하는가 하면 지역 차원에서는 자전거리사이클을 사회적기업 또는 마을기업화해 실버인력의 일자리와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에너지전환을 지역사회에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걷기 편하고, 자전거타고 다니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 그것도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지혜를 모으고 함께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