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구, 약제살포 등 퇴치 작전

다음 달 개장을 앞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때아닌 ‘쥐 소동’이 벌어져 관광객과 주민이 고통을 호소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관광지에 쥐가 나오느냐”는 날 선 비판도 제기된다.

	3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테마거리 화단에 쥐를 잡기 위한 틀이 설치돼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3일 오후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테마거리. 아직 해수욕장이 개장하지 않았지만 적잖은 인파가 몰려 북적였다. 이 가운데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쥐 퇴치를 위해 화단에 약제 등을 살포합니다’라는 빨간색 문구가 선명했다.

매일 이곳을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주민 이모(여·50) 씨는 “여기 쥐가 아주 많다. 자주 보인다. 갑자기 나타나면 깜짝깜짝 놀란다”며 “강아지가 쥐 퇴치제 냄새만 맡아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화단 쪽으로는 아예 못 들어가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테마거리 내 ○○횟집~○○호텔 구간 화단에서 쥐 수십 마리가 출몰해 수영구가 ‘퇴치 작전’에 나섰다. 수영구는 쥐가 화단 인근 버려진 음식물을 먹으며 개체 수를 늘리는 것으로 파악한다. 특히 화단 곳곳에 조성된 무성한 수풀도 쥐가 숨고 이동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쥐와 관련한 민원이 이어지자 수영구는 지난달 1일부터 약제를 살포하고 포획 틀과 끈끈이 등을 설치해 왔다. 혹시나 살포된 약제를 산책 나온 반려동물이 먹지 않도록 안내하는 플래카드도 함께 걸었다. 수영구는 오는 29일까지 이 작업을 진행한다.

쥐 때문에 인근 상인도 몸살을 앓는다. 쥐가 하수관을 타고 음식점까지 올라오는 사례도 간혹 있다. 해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하수관에도 쥐가 서식하는 것 같다. 음식점으로 올라오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을 수영구나 부산시가 신경 써야 더 많은 관광객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쥐는 각종 인수공통전염병의 매개체 역할을 해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우려가 커진다. 부산대 김명후 동물생명자원과학과 교수는 “쥐는 사람과 인접해 살아가며 질병을 옮길 확률이 높다. 쥐가 있다는 건 배설물도 있다는 건데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개체 수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고 조언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이런 일이 없었는데 쥐가 증가해 퇴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광지 이미지가 실추될까 봐 우려되지만, 쥐잡기에 최선을 다해 쾌적한 해수욕장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