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인부가 떨어져 숨진 것은 작업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다. 사고를 당한 이들은 적정 작업대가 아닌 곳에서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일광신도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청소 인부 2명이 추락해 숨진 사건의 현장 감식을 마치고 공사 업체의 관리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4시12분 부산 기장군 일광면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승강기 통로(승강로)를 청소 중이던 작업자 A(58) 씨와 B(48) 씨가 15ｍ 아래 지하 2층으로 떨어졌다. 이후 119 구급대가 이들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 씨 등은 나무 합판으로 된 바닥의 받침대가 부서지면서 사고를 당했다.

7일 현장 감식 결과 사고가 난 받침대는 공사 중인 건물의 상층부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잔해물을 받아서 외부로 배출하는 ‘잔해물 받이’였다. 원칙대로 작업을 했다면 A 씨 등은 받침대를 밟지 않고 밖에서 끌개를 통해 잔해물을 청소해야 했는데, 작업을 신속히 마치려는 과정에서 받침대 위에서 작업을 했다.

경찰 확인 결과 공사 중인 전체 14개 동 중 사고가 난 동의 받침대만 걸쳐두는 식으로 허술하게 설치돼 있었고, 나머지 13개 동의 받침대는 철근을 통해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안전모는 착용하고 있었지만, 별도의 안전대를 착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공사 중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장에는 비계나 방호망이 설치돼야 한다.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작업자가 안전대를 착용한 상태에서 작업하도록 작업 감독자는 조치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이런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사고를 당한 이들은 원청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용역업체가 공급한 인부들이어서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법에 따르면 원청업체로부터 도급 받은 작업을 재하도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이번 피해자들은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직접 받는 것으로 확인돼 재도급으로 보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부산지방노동청 동부지청도 이번 사고 전후에 공사 업체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수사 중이다. 노동청은 사고가 발생한 공사장 내 14개 동의 골조 및 승강기 통로 공사를 중단한 뒤 안전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업체 측이 안전 조치를 마친 뒤 작업 중지 해제 요청을 하면 심의위원회를 통해 공사 재개가 가능하다. 노동청 관계자는 “사고 전 안전교육이 제대로 됐는지, 사고 발생 작업을 누가 지시한 건지, 사고 당시 관리 감독은 제대로 됐는지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지난 6일 기장군 아파트 공사장 추락 사고 구조 현장. 부산소방본부 제공 동영상 캡처

지난 6일 기장군 아파트 공사장 추락 사고 구조 현장. 부산소방본부 제공 동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