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 허가 남아 골칫거리 전락
- 구 “일부 계약 갱신 안할 것”

관광객 A(여·38) 씨는 10일 오전 해산물을 사기 위해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 마켓’을 찾았으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선한 해산물을 구입해 같이 여행 온 친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마켓은 영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재작년에 올라 온 블로그 글을 보고 마켓을 찾았는데 허탕을 쳤다. 시설 투자에 돈이 많이 든 것 같은데 방치돼 있더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 위치한 청사포마켓이 영업하지 않는 채 방치돼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해운대구가 올여름 피서철부터 ‘비우는 해수욕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해변 곳곳에 설치된 상업시설이 흉물로 방치돼 골치를 썩이고 있다.

청사포 마켓은 2013년 부산시가 ‘행복한 청사포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조성한 수산물 직판장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2017년 말 관리권이 해운대구로 넘어간 뒤 마을 어촌계가 지난해 사용 허가를 얻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자 어촌계가 마켓 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점점 황폐해졌다. 화장실에는 오물이 방치되기 일쑤고, 간간이 술판을 벌이는 주민 또는 화장실 이용객을 제외하면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은 없다. 어민들은 마켓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대형 수족관을 설치해 달라고 구에 요구했지만, 구는 예산 편성의 어려움 때문에 난색을 표한다.

해운대해수욕장 끝자락에 있는 열기구 영업장도 문을 닫은 지 오래됐다. 2017년 초 구가 해수욕장에 열기구를 띄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민간업체에 영업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예상보다 손님이 많지 않자 업체는 영업을 중단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영업장 주변은 쓰레기가 가득하다. 한 주민은 “공공재인 해변을 민간 업체가 사용하도록 한 것 자체가 문제다. 관리도 엉망이어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정해수욕장 왼쪽에 설치된 휴게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에는 침대와 소파, 샤워실을 갖춘 컨테이너 형태의 휴게시설 6동이 설치돼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 불법 상행위가 성행하자 구는 지난해 7월 전망형 휴게시설 사업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 휴게시설 운영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시설은 숙박과 취사가 제한돼 매출이 저조하다. 업체 관계자는 “공유수면 점·사용료, 지역발전기금 등을 내고 나면 인건비도 안 남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이곳 역시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지금껏 해변가에서 사업을 벌여 잘된 적이 없다. 행정 실수를 인정한다”면서 “영업을 포기하는 시설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방법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