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 인가는 부산지역서 유일
- 교사·학부모 함께 이사로 참여
- 먹거리 판매시설 ‘산드레’ 오픈

- 의사결정부터 이윤 환원까지
- 모든 협의서 아이들 주도적 참여
- 건강한 상품 선정도 주요 업무

- 경제관념 키우며 경영실무 체험

협동조합과 학교는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느껴진다.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내고 이익이 나면 나눠 갖는 경제적 공동체가 학교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어서다. 부산지역에서 교육부 인가를 받은 유일한 협동조합이 만덕고에서 운영 중이다. 매점형 학교협동조합으로 ‘산드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만덕고를 찾아 학교협동조합의 필요성과 교육적 효과를 알아봤다.

지난 13일 부산 만덕고 내 학교협동조합 매점 ‘산드레’에서 학생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판매하는 ‘직원’도 모두 이 학교 학생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학교협동조합에서 배우고 자라는 아이와 어른들

학교협동조합은 결성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학생이 포함된다. 산드레는 학생이사 13명, 교사이사 5명, 학부모 이사 3명, 감사 1명이 참여하고 있다. 만덕고 사회적협동조합 문난이 이사장은 “처음에는 협동조합이 뭔지도 몰랐지만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저 혼자서는 절대로 올 수 없었을 것이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공동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 이사장은 협동조합 결성 때 자녀가 만덕고에 재학했던 학부모로 현재는 자녀가 졸업했지만 여전히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이윤을 내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운영하면서 다양하게 생길 수 있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울 수 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려면 어떻게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지, 우리가 낸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게다가 물건을 팔고 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 관념이 생기는 것은 물론 사회적 경제의 정의나 실천방안 등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학교를 졸업한 뒤 직접 사업을 하려는 학생이라면 미리 그 과정을 경험해 보는 시간도 될 수 있다. 만덕고는 학생창업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1일 사장님’이 되어서 자신의 사업계획서도 써볼 수 있다. 이곳에 속한 학생들은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초코라테와 팥빙수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경험을 하면서 학교 밖 경제주체로 살아가는 일은 어떤 일인지도 경험할 수 있었다.

학교협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잘 운영되려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이 일이 교사의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사는 학생을 잘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학교협동조합은 엄연한 사업체이므로 경영에 관련해 다양한 업무가 생긴다.

이를 특정 교사에게 맡기면 해당 교사에겐 부담이 되고 설사 그 교사가 잘 꾸려나간다 하더라도 다른 학교로 전출을 가면 안정적인 운영에 위기가 온다. 그러므로 학부모가 전반적인 경영과 운영에 관해 주요한 업무를 맡는 것이 효율적이다. 만덕고 사례가 더욱 의미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만덕고 학교협동조합인 산드레가 발족할 때부터 이사장을 학부모가 맡도록 했다. 사업자로 등기하는 데 40만 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자 문 이사장은 직접 발품을 팔아 스스로 등기를 하는 등 사업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하나씩 배워갔다. 당시 만덕교 교사 40여 명과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출자금이 600만 원이었으므로 그 비용이 부담이 컸던 터다. 컨테이너를 이용하던 기존 매점의 새 단장이나 물품 구입도 예산을 아끼려고 학교 내 버려진 물품을 재활용하고 직접 페인트칠을 하는 등 다양한 어려움을 이겨내 왔다.

■건강한 먹거리로 건강 지켜요

학생들이 매점 물품 정리를 하는 모습.

만덕고에 학교협동조합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 당시인 2016년 학교 매점은 일반사업자에게 임대해 운영되고 있었다.

문 이사장은 “학생들이 매점에서 파는 여러 식품을 먹고 배탈이 나 보건실을 찾는 일이 많았다.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빵을 먹고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학교에 건의를 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매점 산드레에는 탄산과 카페인 음료는 팔지 않는다. 초콜릿, 사탕 등 고열량 저영양 식품도 없다. 빵, 과자, 음료, 우유, 문구류를 취급하면서 품목 선정에도 모두 함께 관여해 결정한다. 매점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학생들은 매점운영분과에 속해 있다. 이들은 매일 쉬는 시간을 매점에서 할애하고 있다. 황보미(만덕고 2)양은 “쉬는 시간마다 와서 활동하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일한 만큼 보상으로 받는 매점상품권을 받을 때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옆에서 매점 내 물품 정리를 하던 류지연(만덕고 2)양은 “협동조합 내 동아리에서 비누를 만들어 지역 주민과 나누면서 봉사하는 즐거움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문 이사장은 “나와 공동체가 이익을 나누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개념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으므로 교육적 효과도 아주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산드레의 수익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급식비를 보조하는 데도 쓰인다.

■학교협동조합,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산드레에서 판매하는 물품이 적힌 메뉴판.

시교육청은 오는 20일 오후 3시 W스퀘어 서면점에서 학교협동조합 운영 설명회를 연다. 학교협동조합 결성을 희망하는 학교의 교직원,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운영의 이해와 교육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실제 운영을 돕고자 마련한 자리다. 설명회는 경기도 용인 청덕고 박인범 교사가 ‘학교협동조합의 이해와 교육적 가치’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 뒤 부산 만덕고 학교협동조합 산드레의 운영 사례 나눔과 시교육청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추진계획 등 정책 설명이 이어진다.

현재 부산에는 만덕고의 매점형 학교협동조합 산드레가 유일하지만 영산고 학교협동조합인 ‘영산GO드리미’가 창립총회를 마치고 웰빙 식품 판매와 푸드 트럭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은 총 25곳이 운영 중으로 초등학교 7, 중학교 4, 고등학교 12, 기타 2곳이 포함된다. 형태도 매점형 15, 진로형 4, 방과후형 6개로 다양하다. 서울은 이미 서울시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가 전국 최초로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