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이 폭언 일삼고 CCTV로 감시
- 물품구입 권유 등에 직원 3분의1 퇴사”
- 노조, 구청 앞서 감독 강화 촉구 시위

부산의 한 노인요양시설이 임금 체불과 갑질 횡포를 일삼는다며 노조가 관할 구청에 엄격한 지도·감독을 촉구했다.

20일 부산 부산진구청 앞에서 A 노인요양시설 노조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A 시설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민주노총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소속인 부산 부산진구 A 노인요양시설 노조는 20일 부산진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 시설에 대한 구청의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A 시설이 임금 1억5000만 원 상당을 체불했다며 부산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A 시설은 임금 체불뿐만 아니라 단기 근로계약을 남발해 요양보호사가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계약을 근로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남발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어르신 돌봄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A 시설은 평소 갑질을 일삼으며 근로자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CCTV를 노인 생활실뿐만 아니라 주방 등에도 설치해 요양보호사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관리직급을 중심으로 직원 3분의 1이 시설의 갑질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고 말했다. A 시설의 원장은 노조에 대한 혐오감을 공공연히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원장이 “노조 하다가 폐가망신한다” “노조 만들면 다른 데 취직 못 하게 하겠다”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A 시설은 또 요양보호사에 대한 의무교육 시간에 물품판매 행위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교육 시간에 보험, 건강식품 등 판매자가 들어와 상품을 홍보하고 구입을 권유했다. 노인요양시설은 의무교육도 수가에 청구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교육 시간 중 판매 행위를 중대한 위법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A 시설은 3회 연속으로 최우수 노인시설로 평가인증을 받았는데, 부산진구가 제대로 된 지도·감독을 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시설 노동자의 인권과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A 시설 측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시설 관계자는 “임금을 체불한 적이 없다.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문제를 두고 집회를 열어 유감스럽다”면서 “시설에 대한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부분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현재 해당 노인요양시설 노사가 여러 사안에 대해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구가 중재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