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당시 시공사 사장 등 조사

외벽 벽돌이 한꺼번에 무너져 환경미화원이 숨지는 참사를 일으킨 부산대 예술대학 미술관 건물(국제신문 지난 5월 22일 자 8면 등 보도)이 애초 부실하게 시공됐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이에 따라 당시 시공사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1일 부산대 미술관 외벽 붕괴 사고 원인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감정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1일 붕괴 사고 이후 국과수가 국토교통부 등과 합동 조사를 한 지 50일 만이다.

조사 결과 미술관은 외벽 하중을 견디도록 돕는 구조물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벽 수직 하중을 견디는 앵커는 90㎝ 간격, 수평 하중을 잡아주는 철근은 50㎝ 간격마다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미술관은 이 간격보다 더 넓게 구조물이 들어갔거나, 일부에는 아예 설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표준 시방서를 기준으로 진행됐다. 시방서란 제조법이나 시공법 등 설계 도면으로 나타낼 수 없는 사항을 문서로 적어 규정한 것을 말한다. 시방서 문서 보존 기간은 5년인데, 사고가 일어난 미술관은 1993년 9월 준공됐다. 26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탓에 부산대는 미술관 시방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당시 미술관을 지은 시공사와 학교 건물 안전 관리 책임자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술관 시공사인 R종합건설은 이미 폐업했다. 경찰 관계자는 “R종합건설의 당시 사장 등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미술관 정밀 점검 등을 시행한 업체 측 진술도 받기로 했다.

‘벽돌 치장 공법’으로 외벽을 마감한 부산대 미술관은 지난해 6~12월 진행된 정밀 점검에서 B등급을 받았다. B등급은 보조 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있지만, 건물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상태를 뜻한다. 부산대에 미술관과 유사한 공법으로 외벽을 마감한 건물은 2곳 더 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