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멸치잡이 기선권현망선단이 멸치 외 다른 어종을 혼획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다시 내려졌다. 재판부가 혼획을 금지한 현행법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4일 경남 통영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창원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3일 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천 선적 기선권현망 선단 A 호의 어로장 B(50) 씨와 선주 C(60) 씨에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A호 선단은 지난해 1월 통영시 욕지면 남방 1.8마일 해상에서 밴댕이 78㎏을 불법 포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수산업법은 기선권현망어업 허가를 받은 어선은 멸치만 잡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박 두 척이 그물로 에워싸는 기선권현망 어법을 고려할 때 어획물에 멸치 외 다른 어종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적발 당시 A호가 어획한 멸치 700여 발 중 밴댕이는 70여 발로 10%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고의로 위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고의라 하더라도 적법행위의 기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어법상 한계 때문에 멸치만 잡는 적법행위를 하도록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멸치잡이 업계는 어법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혼획을 불법으로 규정한 수산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런 주장에 다시 한번 힘이 실린다.

그러나 연안 어민들은 큰 규모의 선단에 혼획을 허용하면 어자원 싹쓸이로 연안 어장이 황폐화될 것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해 관련법 개정이 늦춰지고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