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4마리만 살아 남았습니다. 개시장에서의 임신 기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24일 경북 경주의 한스케어스쿨협동조합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 1일 폐쇄된 부산 북구 구포개시장에서 구조한 87마리 중 43마리가 생활하는 곳이다. 총 87마리 중 3마리는 치료 중 사망했고, 나머지는 강원도 시설과 부산의 병원에서 보호·치료를 받고 있다.

　한스케어스쿨 한국일 대표의 안내를 받아 한 시설로 들어섰다.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직원들이 새어나오는 양수를 닦고 있었다. 한 눈에 ‘눈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송이는 임신한 상태에서 구출돼 지난 21일 11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심을 받은 개다. 눈송이는 출산으로 몸무게가 2~3㎏ 빠진 상태였지만, 기력을 회복해 가는 상태였다.

　목욕을 마친 새끼들이 눈송이에게 전달됐다.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은 경쟁하듯 젖을 찾아 물었다. 그런데 새끼는 4마리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 대표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3마리는 출산 도중 숨졌고, 건강 상태가 나빴던 4마리도 최근 사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대표는 “다산인데 임신 중 극심한 스트레스로 3일 정도 조산했다. 임신 중 친구들이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는 스트레스가 어땠겠나”라며 “새끼 모두 살려보려고 했으나 몸이 너무 약해 젖을 빨 수 있는 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은 4마리의 강아지는 모두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다. 남은 새끼 개는 수컷 2마리, 암컷 2마리다. 협동조합은 4마리 강아지에게 사군자에서 이름을 따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로 지을 예정이다.

　눈송이와 만남을 뒤로 하고, 다른 42마리를 보호 중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 짓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이곳에 있는 개 대부분은 사람의 손을 탄 듯 취재진을 반겼으나, 식용으로 키워졌던 개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건강 상태가 좋은 개들은 케이지 밖에서 직원과 함께 놀이와 산책도 했다. 한 대표는 “사람 손을 무서워하지 않는 개는 반려견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흰송이도 사람과 살았던 개 같다”며 “키우던 개를 개시장에 버린 게 너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개들은 이곳에서 몸을 추스르며 사람과 함께 살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지만 숙제도 있다. 아직 구출된 개체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입양과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동물단체 측은 안락사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위탁 비용과 치료비가 걱정이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구출된 개체 중 입양이 성사된 경우는 없다. 입양 문의도 아직 받지 못한 상태인데, 아무래도 아파트가 많은 국내 특성상 소형견을 많이 선호해서인 것 같다”며 “최대한 국내 입양을 추진해보고 안 되면 외국 입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구출된 개가 새로운 가족을 찾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경북 경주=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