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신뢰도 1위를 자랑하는 핀란드에도 기레기(기자를 비하하는 속어)가 존재할까.

	(최원석 프리랜서 기자가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민훈 기자)

지난 23일 오후 부산콘텐츠코리아랩 경성에서 열린 ‘홍담(洪談, 이야기를 널리 이롭게 하라)’의 특강을 맡은 최원석 프리랜서 기자에게서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최 기자는 YTN 방송기자 생활을 하면서, 국내 저널리즘의 한계를 느끼고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받기 위해 핀란드로 떠났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핀란드는 한국언론재단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이 공동 연구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에서 37개국 가운데 뉴스 신뢰도 1위를 기록했다. 여기서 한국은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 기자는 한국 언론이 독자로부터 ‘기레기’라 불리는 등 외면을 받는 이유가 “뉴스에 독자가 빠졌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독자의 시각이 아니라 언론사의 시각으로 독자와 동떨어진 뉴스를 만든다는 것.

그는 핀란드 제2도시 땀뻬레(Tampere) 지역 종합지 아아무레흐띠(Aamulehti)의 사례를 들어 한국 언론과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아아무레흐띠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독자 분석을 위한 주민 프로파일을 만들었다. 독자의 직업, 연령, 사는 곳, 취미, 소득 수준, 뉴스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한 자료집을 만들고 편집국 중앙에 배치해 독자 맞춤형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해당 언론사는 슬로건을 ‘우리가 모르는 독자는 땀뻬레에 하나도 없다’로 정하고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최 기자는 ‘핀란드에는 기레기가 없냐’는 질문에 “다른 의미에 기레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는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의 외신 전문기자 미까 마케라이넨를 사례로 들었다. 이 기자가 러시아 비판 기사를 쓸 때면 기레기가 된다는 것. 그는 “핀란드와 러시아 극우보수매체가 마케라이넨의 보도 내용을 깎아 내리기 위해 기레기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해당 기자의 신상을 털고 거기에 허위 정보를 붙이는 작업으로 한국에서 일베(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의 행동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 알기 위해서 핀란드는 정부, 학계, 기술계, 교육 기관 등이 협력해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핀란드 정부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개정 중이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