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문화재로 등록돼 쉽지 않아
- 건물 소유 권한도 한은에 있어”
- 한은 “알아서 할 것” 원론 입장

부산 중구 대청동 옛 한국은행(이하 한은) 건물 외벽에 설치된 철조망이 미관을 해치는 데다 밤에는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 철거 여론이 높다. 하지만 해당 철조망이 ‘문화재’에 해당하는 데다 관리권을 가진 한은 측이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 문화재가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부산 중구 대청동 옛 한국은행 건물 외벽에 그래피티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벽화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제거해야 한다는 민원이 잇따른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중구는 지난달 옛 한은 건물 외벽의 철조망을 철거해줄 것을 시 문화유산과에 공식 요청했다고 5일 밝혔다. 중구 관계자는 “건물이 활용되지 않고 있는데다, 오래된 철조망에 그래피티 벽화까지 그려져 있어 미관상 좋지 않아 철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특히 인근 영화체험박물관 등을 찾는 관광객이 오가는 곳인 만큼 외벽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해당 철조망은 1960년대 한은 부산본부가 운영될 당시부터 은행 보안을 위해 설치됐다. 총 대지면적 3471㎡인 한은 부지를 둘러 싼 4개 외벽 중 3개에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철조망 철거 건은 지난해 12월 열린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사업 자문위원회에서도 다뤄졌다. 중구발전협의회 등 지역 주민이 철조망과 벽화가 일대의 슬럼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대청동 한은 부지 일대는 상권이 활성화돼있지 않아 유동인구가 적다. 근대역사관과 영화체험박물관이 운영되지 않는 심야에는 인적이 드물어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중구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폐허 수준이다. 내년 박물관 조성에 앞서 철조망이라도 우선 철거하고 밤에 가로등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2013년 한은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울타리 철거를 위해서는 ‘문화재 변경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 조처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내년 7월께 박물관 착공에 들어가면 어차피 울타리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철거 지금 당장 철거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철조망 외에도 건물 외벽에 그래피티 벽화가 그려져 있어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벽화는 2014년 부산문화재단이 연 ‘무빙트리엔날레-메이드인부산’ 행사에서 그려진 작품이다.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 역시 문화재에 포함돼있다.

시는 페인트로 덧칠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했지만, 건물이 한은 소유여서 조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건물매입 대금을 다 치르지 않아 관리 권한이 한은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으니 알아서 조치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대청동 일대 정비를 위해서라도 철조망 및 벽화 제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