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동윤/촬영·편집: 김채호 기자)

"책임이요? 우리 조카만 좀 책임졌으면 좋겠어요. 보상도 필요 없고 일어날 수만 있게끔"

지난달 29일 A(19)양이 광안리 화장실에서 황화수소가 누출돼 의식을 잃고 쓰러진지 2주가 지났다. 예견된 인재(人災), 책임 떠넘기기, 기준치 100배 등 언론의 헤드라인을 압도하는 것은 A 양이 아직 병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엄마 고생을 덜 시키겠다고 늘 말해오던 A 양이었다. A 양은 방학을 맞아 평소처럼 친구를 만날 준비를 했다. 평소처럼 현관문을 통해 집을 나섰으며, 평소처럼 집 근처에서 친구를 만났다. 평소처럼 언니와 예쁜 가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화해했다. 일상(日常)은 다소간 평온한 것이라 그 균열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누군가의 일상이 단숨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감히 상상하기엔 힘들다. 그렇기에 A양의 가족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9일 A 양의 삼촌과 연락이 닿게 되어 정중히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일 A 양의 가족들을 대연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병원이 사고지역이랑 많이 떨어져 있다. 중간에 병원을 옮겼나?
A 양의 어머니_ 처음에 경찰 분들이 B병원에 있다고 말했다. 이후 A 양이 심정지 상태에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바로 C병원으로 이송했다.


-A 양의 현재 상태는?
A 양의 어머니_ 뇌손상이 와있다. 병원 측에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금 인공호흡도 장기간 안 되어 그저께부터 트라(기관절개관,Tracheostomy Tube:정상 호흡이 이루어 지지 않는 경우 목의 피부와 기도를 연결하여 인공적으로 관을 삽입하여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통로)를 빼서 호흡을 하고 있다. 항생제나 어떤 약이든 가장 세게 처방을 받고 있다. (사고 일로부터) 크게 진전은 없다.


-같이 있던 친구도 심폐소생술 하다가 쓰러졌다는데?
A 양의 삼촌_ 심폐소생술 하다가 가스 냄새를 맡고 본인도 한두 번 정도 기절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직접 끄집어냈다고 했다.


-친구는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A 양의 삼촌_ 그 친구는 사고 발생 다음 날 퇴원했다. 지금은 괜찮다.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 ‘조금만 더 일찍 들어갔었으면’ 하는 생각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현장검증은 다음 날 동일한 시간에 이뤄졌나?
A 양의 어머니_ 형사 분이 오셔도 되고 안와도 된다고 했는데, 가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A 양의 삼촌_ 현장 검증은 사건 발생일로부터는 24시간은 안 지나서 이뤄졌다.


-처음엔 황화수소 검출이 안돼서 검사를 두 번 했다고 들었다.
A 양의 삼촌_ 처음에 가니깐 악취도 안 나고, 황화수소라는 것도 아예 안 나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깐 정화조 기계 펌프가 돌아가면서 악취도 심해지고 그 순간 황화수소도 나왔다. 처음엔 100ppm이 잡혔다. 그 이유는 기계 검출 한계치가 100ppm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국과수 통해서 측정 했더니 1000ppm 이상이 검출됐다. 그것도 아마 1000ppm 이상 수치가 돼서 어제 다시 새로 했다. 측정 결과는 2주 정도 지나야 확인된다.


-결국 현장 검증 첫 날에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나?
A 양의 삼촌_ 그렇다. 황화수소가 나온다는 것은 검출이 됐지만 기계 측정량이 100ppm 이상 잡히지 않았다. 그게 기계의 한계치였다.

[사진=사고가 발생한 민락동 지하주차장 공중 화장실. 화장실 바로 옆에 오수처리장이 위치해 있다]

-현장검증이 이뤄지기 전까지 악성 물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나?

A 양의 삼촌_ 전혀 못했다. 병원에 원인을 물어봐도 어린 나이에 심정지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물질에 의해 순간적으로 호흡기가 폭발한 흔적은 있다고 하는데 처음엔 의사들도 모르겠다고 하고 우리 역시 가스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처음엔 우리도 왜 심정지가 왔는지 의문스러웠다. 다음 날, 최악의 경우 황화수소가 검출된다고 하는 걸 들어서 그 때부터 인터넷 보고 찾았다. 막상 눈으로 검출되는 걸 보니 할 말이 없었다.


-구청 관계자는 현장 검증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나?
A 양의 삼촌_ 없었다. 본인들끼리 환풍기가 있니 없니 얘기를 하다가 측정하는 분이 오히려 그들에게 뭐라고 했다. 그때 형사 두 분. 수영구청서 두 분. 그리고 측정하는 기관서 두 분. 이렇게 왔다. 병원에도 8일 만에 왔다. 아무 연락 없이.


-구청 관계자들은 병원에 방문한 날에 어떻게 대처를 하던가?
A 양의 삼촌_ 영상이라도 찍어놨음 좋겠는데… 구청장은 조금 늦게 왔다. 직원들이 10분 정도 먼저 와서 구청장을 기다렸다. 끝까지 사과의 말이 없었다. 관계자들이 온 당일 날 A 양이 위급하다고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구청 관계자에게 다음에 와달라고 얘기했다. 너무 대처가 늦었고, 기왕 늦은 만큼 불신도 커서 지금은 사과할 게 아닌 것 같다고 내가 말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A 양 어머니를 보고 싶다고 내게 얘기해달라고 했다. 그래도 굳이 봐야 되겠냐고 되물었다. 설득을 하는데도 안돼서 보라고 했지만 내가 조건을 달았다. 혹시나 A 양 어머니가 쓰러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책임을 못 지겠다고 해서 돌아가라고 얘기했다.


-이후 관계자가 연락이 왔나?
A 양의 삼촌_ 첫 방문 다음날 구청장이 연락이 왔다. 미온적 대처 등에 대해 지적하니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그 이후에도 아이가 사경을 헤맨다고 제발 오지 말라고 했는데 구청장을 빼 놓고 관계자들이 또 왔다. A 양 어머니는 구청에서 왔다는 얘기에 또 다시 쓰러졌다. 그래서 내가 가만히 안 놔두겠다고 하니깐 전부 다 도망쳤다. 대처나 책임 소재에 대해서 전혀 얘기가 안 되고 있다. 애 안부조차도 얘기를 않고 있다. 기사화되고 사회에서 이슈가 되니 보여주기 식으로 온 것 같다. 와서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책이라고 낸 것은 전혀 없었다.


-해당 구청은 오수처리장 관리는 회 센터가 관리한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연락은 왔나?
A 양의 삼촌_ 이번 사건 이후에 누구하나 찾아온 사람은 없다. 너무 화가 나는 것은 해당 구청에 유사한 민원이 평상시에도 자주 들어온다고 들었다. 그때 조치를 했으면 조카에게 이런 일이 안 생겼다고 본다. 원인을 잡지 않고 회피했다. (오수처리장 펌핑을) 사람 없는 시간만 한 번에 돌린다는 자체가 말이 되는가 싶다.


-A 양은 평소에 어떤 학생이었나?
A 양의 어머니_ 밝은 아이였다. 인정도 많았고, 참을성도 많았다. 어릴 때부터 언니랑 의지하면서 살면서 엄마 걱정도 많이 해줬다. 항상 엄마 고생한다고 무거운 것도 자기가 다 들어주고, 학교 졸업하면 엄마한테 다 잘할게 말도 많이 하고, 언제나 용기를 주었다. 멀쩡했던 내 자식이 왜 저렇게 누워 있어야 되는지. 병원에서도 30분밖에 못 본다. 보고 나와서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너무너무 힘들다. 엄마가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다. 다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


-국민청원도 올렸다. 이것도 어떤 대처가 전혀 안돼서 올렸나?
A 양의 삼촌_ A 양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기자들에게 제보도 안했다. 하지만 2~3일 있으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느껴졌다. (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방어뿐인 것 같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처음에 언론대응을 안했다. 언론에 적극적인 이유는?
A 양의 어머니_ 솔직히 처음에는 이렇게 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애만 일어나기를 원했다. 그냥 우리 애는 한 여름에 친구들하고 놀러갔다가 화장실에만 들어갔다. 그것도 다 쓰는 공중화장실에 갔다. 하루하루 너무나 억울했다. 누구나 관리소홀이라고 말하는데도 인정하지 않는 게 너무 억울하고, 우리 애가 저렇게 누워있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다른 사람도 이렇게 돼서는 안 되고. 현관 바라보면서 가방 매고 들어올 것 같다. 열흘 이상 지났는데 믿어지지가 않는다.


-사고 당일에도 평소처럼 나간 것처럼 보인다.
A 양의 어머니_ 한창 이쁘게 꾸밀 나이다. 예쁘게 치마입고 다녀온다고 웃으면서 나갔는데 지금도 나가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렇게 건강했던 애가 저렇게 누워있는걸 보면 믿어지지 않는다.


-언니는 동생과의 마지막 대화나 통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A 양의 언니_ 평소에 동생과 성격이 비슷해 많이 다퉜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늘 서로를 걱정하며 마무리하고 의지하고 했다. 사건 당일에도 엄청 예쁜 가방을 A 양이 빌려달라고 했는데, 내가 제일 아끼는 가방이라고 빌려주지 않고 보냈다. 그것마저 후회된다. 그렇게 올 줄 알았으면 해주고 싶은 모든 걸 다 해줬을 텐데. 평소처럼 그냥 나갔을 뿐인데 그렇게 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A 양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양의 삼촌_ 그냥 일어났으면 좋겠다.
A 양의 어머니_ 눈이라도 떠서 알아봤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것 다 필요 없고 눈만 떴으면 좋겠다. 의사 선생님은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병원에서 혹시라도 “힘들다”는 전화가 올까봐 매일 전화기만 붙들고 있다.

A양 삼촌은 인터뷰가 끝난 뒤 “마음이 안 풀리지만 하소연 할 때가 카메라 보고 얘기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하며 “이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되지만 생겼는데도 대책이 없다. 너무 심각하다. 민원이 들어왔을 때 처리했다면 이 지경이 일어났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 조카 좀 책임졌으면 좋겠다. 보상도 필요 없고 일어날 수만 있게끔”이라고 전하며 A 양의 청원과 관련될 내용이 들어가길 요구했다.

이후 A 양 언니는 “이번 사고로 인해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동생한테 생긴 것 같다. 이로 인해 그 누구도 어떤 책임과 대처와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제 동생이 그냥 공중화장실 간 것뿐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도 너무 억울하고, 제 글을 읽어주시고 동의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A 양이 쓰러진 공중화장실은 10여 년전 관광객과 시민에게 개방을 하면서부터 수영구가 관리해왔다. 그러나 구청은 이곳의 하루 오수 배출량이 140t 수준으로 점검기준(300t)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한 번도 안전진단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 관계자는 “‘공중화장실’은 구청이 관리해오고 있었지만 ‘오수처리장’은 해당 회센터가 관리한다”며 선을 그었다.

인터뷰가 종료된 이후 사고가 발생한 광안리 회센터 지하 공중화장실을 찾았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화장실 출입을 금지하는 입간판이 있었고, 화장실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해당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1826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