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문화재 사재에 후원금 보태
- 희소가치 커 새 관광자원 기대

경남 양산시 매곡동에 궁중채화 장인이 사재를 들여 만든 국내 첫 궁중 꽃 박물관(사진)이 문을 연다. 일제강점기 중 명맥이 끊겨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궁중채화를 되살려 전시한 박물관으로 희소가치가 커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단법인 수로문화재단은 다음 달 21일 양산시 매곡동 동부산컨트리클럽 내에 한국 궁중 꽃 박물관을 개관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박물관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인 황수로 궁중채화장이 출연한 사재 150억 원에 후원금을 보태 건립했다. 박물관 건축에는 전통건축분야 국가무형문화재와 명장들이 참여했다.

박물관에는 황 채화장이 직접 제작한 궁중채화 작품과 각종 관련 자료가 전시된다. 궁중채화는 조선 시대 궁궐에서 연회 등 각종 행사 때 사용하려고 비단이나 종이 등으로 만든 꽃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전통문화 말살정책 때문에 명맥이 끊겨 문헌으로만 전해졌다. 황 채화장은 궁중채화를 복원하려고 한국궁중채화연구소를 설립했다. 박물관에 전시하는 작품은 황 채화장이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등 문헌을 연구하며 복원한 작품이다.

박물관은 지상 2층 연면적 1386㎡ 규모로 궁중채화 전수관인 비해당과 궁중 꽃 박물관인 수로재 등 2개 건물로 건립됐다. 체험실과 연구실, 아트숍도 갖췄다. 건물은 전통 한옥인데, 박물관 상량문은 통도사 주지를 지낸 성파 스님이 직접 썼다.

수로재는 4개 전시실로 나뉜다. 조선조 고종 24년에 치러진 대왕대비 신정왕후의 팔순기념 궁중 연회 때 사용한 궁중채화를 전시한 고종정해진연의 전시실이 돋보인다. 조선 시대 최고의 문장가로 불리는 이덕무의 문집에 실린 윤회매를 바탕으로 만든 납매실도 눈길을 끈다. 윤회매는 벌집 밀납을 녹인 후 사슴털에 송화가루를 묻혀 만든 가화이다.

비해당에는 3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비인 순정효 황후가 한국전쟁 때 피접생활을 한 부산 해운대 장지마을 내실을 재현한 전시실이 눈길을 끈다.

이 전시실에서는 궁궐 내실에서 사용한 각종 궁중채화를 감상할 수 있다. 칠보장식의 등룡을 중심으로 연꽃과 연잎, 모란꽃병이 장식된 실내연못을 재현한 순조 기해년 지당판 작품도 비해당에서 볼 수 있다.

양산시는 이 박물관 인근에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점을 고려해 이곳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황 채화장은 “궁중 꽃 박물관이 한국궁중전통문화 전승과 지방 문화발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