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의자 추적했지만 이미 도주
- 은신 추정지역 경찰과 공조수사

부산 한 식당에서 주인 부부가 흉기에 찔려 살해됐지만, 경찰은 유력 용의자를 지목하고도 나흘째 검거하지 못했다. 용의자는 부산을 벗어나 도주 행각을 벌이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용의자 A(56)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지난 23일 밤 11시에서 다음 날 새벽 2시 사이에 남구 한 식당에서 주인 B(63) 씨와 아내 C(57) 씨를 잇따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본다.

사건은 지난 24일 오전 5시21분 귀가한 아들이 B 씨 부부가 숨진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B 씨는 식당 내 방안에서, C 씨는 주방에서 각각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CCTV 영상을 통해 지난 23일 밤 A 씨가 이 식당 주변에서 흉기를 감추고 마스크를 쓴 채 서성거리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이후 B 씨와 C 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식당으로 들어갔고, 얼마 뒤 A 씨만 식당에서 빠져나와 B 씨 부부 소유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해 용의자를 찾았다. 경찰은 CCTV에 찍힌 A 씨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부부의 친·인척 등을 조사한 결과 용의자가 ‘C 씨의 제부’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지난 26일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손잡이에서 A 씨의 DNA를 확인해 그를 확실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러나 경찰 추적이 시작되기 전 A 씨는 이미 부산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용의자 검거가 늦어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된다. 식당 인근 한 주민은 27일 “평소 C 씨를 잘 알고 지냈는데 갑자기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잠을 못 이룬다”며 “C 씨는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과 별다른 갈등 없이 지냈다. 아직 사건이 언론에 제대로 보도도 안 돼 경찰이 수사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흉악범이 곳곳을 활개 치고 다닐 걸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가 현재 숨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소재지 관할 경찰서와 공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혹시 모를 다른 친·인척의 피해를 막으려고, 이들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 조치도 함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진행된 수사는 모두 추정일 뿐이다. A 씨를 붙잡아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해야 사건 전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