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개교 지연될까 전전긍긍
- 적자 나면 예산 투입도 검토 중
- 시의회 “특혜성 지원 안 된다”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부산캠퍼스를 개교할 예정인 영국 랭커스터대학이 “충분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부산을 떠난다”는 조건을 시에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탓에 시는 애초 이달 개교하기로 했던 랭커스터대 측과 아직 실행협약(MOA)조차 체결하지 못했다. 시는 개교가 지연되자 랭커스터대 측 요구 조건을 수용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시의회와 시민사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시는 랭커스터대 부산캠퍼스 설립을 위한 MOA 협상 과정에서 ‘해지 조항’을 두고 이견이 빚어지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학교를 철수하는 요건을 정하는 해지 조항에 시는 ‘의무 불이행’과 ‘경제적 지속 가능성 부족’을 포함하려고 하지만, 랭커스터대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충분한 이익 미발생’이라는 모호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시는 랭커스터대 측 요구가 지나치다고 판단하면서도, 개교를 서두르려고 이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여기에다 랭커스터대 측이 손익분기점인 학생 충원율 80%를 충족하지 못해 적자가 발생하면, 이를 시비로 보전해주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오는 22일 랭커스터대를 찾아 실행협약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시의 자체 분석 결과 랭커스터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연간 최대 30억 원의 예산을 적자 보전에 투입해야 해 논란이 인다. 앞으로 다른 외국 대학이 랭커스터대 사례를 들어 시에 적자 보전을 요구하면 지원금이 계속 불어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 충원율 80% 미달’을 시비 지원 기준으로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뉴욕주립대 등 5개 외국 대학을 유치한 인천 사례를 보면, 이들 대학의 올해 학생 충원율은 65%에 그친다.

시의회와 시민단체는 시가 개교 일정에 쫓겨 사업을 지나치게 서두른다고 문제 삼았다. 시의회는 2017년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FAU) 철수 사례를 들어 외국 대학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부산을 떠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시의회 김문기 경제문화위원장은 “FAU 사례를 거울삼아 계약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 혈세를 투입하는 특혜성 지원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시민 공감대 형성 없이 모호한 계약으로 지원을 약속하면 결국 시민이 손해를 본다. 행정·재정 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시는 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랭커스터대는 영국 랭커스터지역 대학으로 1964년 개교했으며, 지난해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QS사의 평가에서 세계 131위에 올랐다. 같은 해 서울대는 36위를 차지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