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엔 모두 응해… 장기화 우려
- 경찰, 추가 단서 찾기에 총력전

경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희대의 살인마’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대면조사를 중단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수사자료를 검토하면서 유력 용의자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한 추가 단서 찾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21일과 22일 용의자 이모(56) 씨에 대한 대면조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8일 첫 대면조사를 시작으로 3차례 걸쳐 이 씨가 수감된 부산교도소를 찾아 대면조사를 벌였다.

이 씨의 DNA는 총 10차례 연쇄살인 사건 중 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 DNA는 현존하는 과학수사 증거 중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씨는 3차례 대면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은 대면조사가 없는 이틀간 기존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면서 이 씨를 압박할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교도소 면담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경찰 조사에 응했다는 점에서 경찰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정보를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 씨가 범행을 당장 인정하게 할 유인책은 별로 없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돼 더는 죗값을 물을 수 없지만, 1급 모범수인 그가 가석방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1991년 4월 10차 사건 이후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이 씨가 검거되기 전까지 2년9개월 동안 추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 기간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채 발견된 여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1980년대 후반 당시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의 한 전기회사에 다닌 이 씨가 주소지인 진안리 자택과 회사를 오간 길로 추정되는 경로에서 벌어진 1·2·3·6차 사건과 이 씨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

경찰은 또 이 씨가 군에서 전역한 시점부터 첫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8개월 간의 사건 자료도 다시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 씨가 10차 사건의 피해자가 발견된 지 3개월 만인 1991년 7월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이 태어나면서 범행을 중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경찰은 30여 년 만에 용의자가 특정된 이번 기회에 모든 의혹을 해소해 사건을 완전히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