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 주민 시설 운영 반대 거세지자
- 복지법인, 개소도 못하고 운영 포기

부산 북구 금곡동에 건립된 정신질환자 공동생활시설(국제신문 지난 4월 26일 자 8면 등 보도)이 지역 주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문을 닫는다. 지난 4월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 환자 안인득이 저지른 방화·살인사건의 여파가 컸다.

금곡동 정신질환자 공동생활시설 운영을 추진한 N사회복지법인은 올해 안에 건물을 매각한 뒤 철수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4월 N사회복지법인은 병원 치료를 마친 후 사회 적응 단계에 있는 여성 정신질환자 6명이 생활하는 시설을 지었다. 그러나 N사회복지법인이 북구 보건소로부터 시설 운영을 위한 신고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은 크게 반발했다. ‘안인득 사건’이 터진 직후였다.

주민은 금곡동 곳곳에 시설 운영을 반대하는 뜻을 담은 현수막 30여 개를 내걸고, 지난 5월 공동생활시설은 물론 연제구 N사회복지법인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금곡동 주민자치회 이수재 수석부회장은 “가뜩이나 임대주택만 6000여 가구가 밀집한 곳에 정신질환자 시설이 들어온다는 건 금곡동을 홀대하는 처사다. 뒤늦게나마 운영이 취소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N사회복지법인은 아쉬워했다. N사회복지법인 관계자는 “주민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그들을 숨게 만들고 그로 인해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봐 염려된다”고 했다.

시는 이번에 금곡동 시설 운영이 무산됐지만, 2022년까지 부산 전역에 정신질환자 공동생활시설 8곳을 신설한다는 오거돈 시장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올해 이미 정신질환자 공동생활시설 5곳을 개소했다. 내년 초에도 2곳이 문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