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실력파 프로파일러를 대거 투입하고도 경기도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 씨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경찰은 수사를 다각화하며 이 씨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부산교도소로 보내 이 씨를 상대로 4차 조사를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씨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그의 자백이 필수적인 까닭에 기존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3명 외에 전국에서 선발한 프로파일러 6명을 조사단에 포함했다. 이들 가운데는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강호순을 상대로 자백을 받아낸 공은경 경위도 포함돼 기대를 모았다. 프로파일러 외에도 과거 화성 연쇄 살인사건 발생 당시 담당 수사팀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 등을 전문가 자문단으로 참여시켰다.

경찰은 인력 보강 외에도 이 씨를 압박할 단서를 찾기 위해 몰두했다.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사흘 연속 A 씨를 조사하고 지난 주말과 전날까지 사흘간은 대면 조사 대신 A 씨를 압박할 단서를 찾는 데 주력했다.

경찰은 모방범죄로 밝혀져 범인까지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한 모두 9차례의 ‘화성 사건’ 가운데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이 씨의 DNA가 나온 점, 그가 연쇄 살인 사건 발생 기간 내내 화성에 거주한 점, 당시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이 씨를 압박했다. 경찰은 또 과거 수사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자 전담수사팀 소속 수사관을 청주경찰서로 보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10차 피해자가 발견된 1991년 4월부터 이 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1994년 1월까지 범행 공백기 동안 청주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채 발견된 여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같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에서 이 씨 자백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는 앞서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9차 사건 당시 피해자인 김모(14) 양 등 사건 목격자를 수소문 중이다. 여러 목격자 중 7차 사건 당시 용의자와 마주쳐 수배 전단 작성에 참여했던 버스 안내양과는 조사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법무부로부터 이 씨 이감과 관련해 지시받은 바 없다. 또 경찰 조사 내용도 모른다. 다만 이 씨가 경찰 조사로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