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에도 유력 용의자 물망
- 당시 과학수사 한계로 검거 불발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 씨가 경찰 조사 외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채 부산교도소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가 매번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도 경찰 조사를 거부하지 않은 건 ‘세상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씨에게 경찰 조사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부산교도소는 이 씨가 용의자로 지목돼 독방으로 옮긴 지난 18일부터 언론 보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일부 보도와 달리 이 씨가 수감된 독방에는 TV가 설치되지 않아 방송 뉴스를 시청할 수 없다. 이 씨가 요청하면 신문은 제공된다. 다만, 부산교도소는 신문에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기사를 삭제한 뒤 전달한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교도소 내부 상황에 대한) 보도 중 일부는 사실과 달라 이 씨가 받을 충격과 동요를 막고자 언론 접근을 차단했다. 경찰 조사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이 씨가 전날까지 네 차례나 이어진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에 태연하게 응한 데도 이런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와의 단절을 피하고 자신과 관련한 소식을 듣기 위해 오히려 경찰 조사를 즐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전날 경찰 조사에서는 프로파일러 9명이 투입돼 자백을 압박했지만, 이 씨는 심경에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매끼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잠도 잘 자며, 하루 30분간 운동도 빼놓지 않는다고 부산교도소 측은 설명했다.

이 씨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 당시에도 유력 용의자로 수사 선상에 오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987년 5월 9일 6차 사건 이후 경찰은 이 씨를 용의자로 보고 소환 조사했다. 이웃 주민 진술까지 확보한 경찰은 지휘부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당시 과학수사 기술로는 현장에서 채취한 체액이 이 씨의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또 6차 사건 이전의 사건에서 확보한 용의자 혈액과 이 씨의 혈액형이 달랐으며, 족적도 일치하지 않아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