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뚫리면 지역 축산업 다 죽는다”
- 진출입 차량 소독 배로 늘려
- 돼지물량 ‘0’ 공판장 매출 급감
- 사육농 분뇨도 쌓여 전전긍긍

“치사율 100%, 뚫리면 다 죽는 겁니다.” 25일 오후 전국의 소·돼지를 도축하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부경양돈공판장 입구. 차량이 들어오자 방역복으로 중무장한 요원 3명이 일제히 고압분무기로 소독약을 차량을 향해 쏘아댔다. 흰 액체가 안개처럼 퍼지며 차량 바퀴는 물론 내부까지 구석구석 소독했다. 한바탕 목욕을 한 차량은 이후 되돌아 나올 때까지 4차례 정도 더 소독 세례를 받아야 했다.

25일 경남 김해시 부경공판장 입구에서 방역요원이 차를 소독하고 있다. 박동필 기자

현재 차량이 이곳에 드나들려면 진·출입 때를 합쳐 모두 5차례 소독을 해야 한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평소보다 2, 3회 더 많이 소독하고 있다.

방역 요원 김권철(67) 씨는 “뚫리면 축산업은 끝난다는 생각으로, 사명감을 느끼면서 차량 구석구석을 소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돈 농가 조합인 부경양돈농협이 운영하는 도축장의 입구 분위기를 통해 ASF 확산으로 불안에 떠는 돼지 사육 농가들의 절박한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부경양돈농협은 김해에 도축장 2곳을 운영한다. 2곳을 합하면 전국 도축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돼지는 하루 4000마리(전국 도축량의 5%), 소는 440마리(전국 도축량의 15%)를 도축해 부울경을 중심으로 공급한다.

이재식 부경양돈농협 조합장은 “ASF는 감염된 돼지가 100% 죽고, 폐사한 뒤에도 우리에 바이러스가 살아 남아 2, 3년 동안은 새끼 돼지를 입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무서운 가축병이다”며 “구제역과는 달리 백신이 없는 이 질병을 더 방치했다가는 국산 돼지 종자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조합장도 직접 돼지를 키우는 농민이다.

사육 농가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 19일과 23일 돼지·사료 적재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가 잇따라 내려졌기 때문이다.

부경양돈농협 도축장은 도축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데, 평소 돼지 200마리를 실은 차가 하루 20여 대 들어왔지만 지금은 아예 들어오지 않으면서 일 매출이 3000만 원 줄었다.

돼지 사육 농가도 115㎏ 이상 돼지를 매일 출하해야 하지만, 출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분뇨 반출까지 금지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해시는 시장, 농업기술센터소장 등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연일 열고 전 직원이 현지에서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사육 농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일제 소독을 독려하고, 소독 후 사진을 전송하도록 했다. 축사 주변 도로변도 소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