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외부에 용의자 정보 노출
- 유의미한 단서 활용될지 미지수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목격자인 ‘버스안내양’이 최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가 “범인이 맞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진행한 대면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이춘재가 이를 계기로 심경에 변화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7차 사건 목격자인 버스안내양 엄모 씨가 최근 법 최면 조사에서 이춘재의 사진을 본 후 당시 목격한 범인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29일 밝혔다. 엄 씨는 1988년 8월 7차 사건 발생 당일 오후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성과 버스에서 마주쳤고, 용의자의 몽타주를 작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은 범인의 얼굴뿐 아니라 당시 상황에 대한 엄 씨의 기억을 되살려 30여 년 전 범행을 재구성할 방침이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도 주력한다. 경찰은 제3의 목격자인 전모(당시 41세) 씨를 조사할 예정이다. 전 씨는 9차 사건이 발생한 1990년 11월 15일 피해자 김모(13) 양과 대화를 나누는 양복 차림의 용의자를 목격한 인물이다.

목격자의 진술은 이춘재가 진범인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목격자에 대한 법 최면 조사가 용의자의 이름, 사진 등이 외부에 알려진 뒤에 이뤄져 경찰이 엄 씨 등의 진술을 유의미한 단서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7차례에 걸쳐 이춘재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대면조사를 했지만, 그는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5·7·9차 피해자 유류품에서 나온 DNA와 50대 남성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춘재는 연쇄살인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살해해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