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관련법 들며 “예산지원 불가”
- 공군서 자체 수리 계획이지만
- 규모 확정못해 공사 지연 우려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의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정작 각국 정상을 맞을 군 공항의 귀빈 의전실 보수는 지지부진하다.

부산시는 공군 제5 공중기동비행단이 요청한 귀빈 의전실 보수를 위한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15일 밝혔다. 다음 달 25일 개막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은 경호상 불안 요인이 많은 김해공항 대신 군 공항으로 입국한다. 전용기에서 내린 정상들은 곧장 군 공항 내 마련된 귀빈 의전실인 ‘나래 마루’로 이동할 예정이다.

나래 마루는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방부가 20억 원을 들여 마련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시설이 노후해 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달 시 점검 결과 지붕 기와 일부가 파손되고 색이 바랜 데다 공용 화장실 타일은 금이 가고, 복도 마감재는 들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8월 나래 마루를 점검한 공군 측은 나래 마루 보수를 위한 예산 지원을 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관련 법을 들어 예산 지원 불가 방침을 공군에 통보했다.

시 관계자는 “공군의 요청을 받고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법 예비군법 등을 살펴봤지만 지원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는 다만, 나래 마루 앞 도로의 수목 정비를 위해 4000만~5000만 원을 강서구를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의회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부민 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 위원장은 “시로부터 외교부, 공군 등과 협조해 정상회의를 차질없이 준비 중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나래 마루 문제는 보고도 받지 못했다”면서 “직접적인 예산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군은 자체 예산을 들여 나래 마루를 수리할 계획이다. 공군 관계자는 “정상회의 전까지 나래 마루 보수를 마쳐 행사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공군은 나래 마루 보수에 필요한 예산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해 기한 내 공사를 끝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올해 한·아세한 특별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사이 대화 관계수립 3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25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열린다. 같은 달 27일부터는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도 개최된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