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자리 낙찰 보장도 없어 난색
- 시, 상가 활성화 용역 시행키로

남포·광복 지하도 상가 상당수가 수의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1년 넘게 무단점유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입찰제도 개선, 상가 활성화 용역 등을 통해 자진퇴거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인들은 불경기에 장기간 가게 문을 닫고 원점에서 입찰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호소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4일 부산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남포 지하도 상가 280개 중 101개, 광복 지하도 상가 215개 중 44개가 지난해 7월 계약기간이 만료돼 무단 점유 상태다. 시는 2008년 민간사업자로부터 상가 운영권을 기부채납 받으면서 상인들과 10년 사용 계약을 맺었다. 계약은 지난해 7월 만료됐으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해당 상가에서 장사하기 위해서는 일반 입찰에 참가해 낙찰받아야 한다.

그러나 상인들은 30년 동안 운영해온 가게를 갑자기 접고 일반 공개 입찰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이전 비용이 부담스러운데다 원래 자리를 낙찰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이 공유재산 임대 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 연말 제정됐으나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이들은 법에 기대기도 어렵게 됐다.

이에 부산시의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는 과열 경쟁으로 기존의 영세상인이 밀려나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입찰제도 개선을 제안했으며, 시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10월부터 입찰 시 1인 1점포로 투찰을 제한하고 입찰보증금도 기존 5%에서 10%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입찰에 참여한 곳은 없는 실정이다. 상인들은 불법 점유에 따른 변상금(사용료의 20%)을 매달 납부하면서도 입찰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경채 남포지하도상가상인회장은 “우리도 계약을 하고 싶지만 이 불경기에 짐을 다 빼고 가게를 원상복구 해놓고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며 “3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했는데 최소한 우선권이라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시는 상인 유도책의 일환으로 지하도 상가 활성화 용역을 시행한다. 대상은 남포·광복을 포함한 부산지역 7개 지하도 상가 전체이며 시설 현대화 방향, 상가별 특성화 정책 등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계절별 이용객 추이와 패턴을 분석해 상가 운영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예산 1억 원을 배정한다. 시 관계자는 “계약만료 이후 지금까지 입찰에 참가한 상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제 집행 보다는 우선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