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15억 예산 들여 보험료 납부
- 자연재해 등 최대 1000만 원 보장

- 해운대 등 일부 구·군 이미 시행·준비
- 해당되는 주민 중복 보상 논란 예고

부산시가 사회적 재난과 각종 사고로부터 시민을 폭넓게 보호하고자 ‘시민 안전보험’ 가입을 추진한다. 시보다 한발 앞서 ‘주민 안전보험’을 시행하는 일부 구·군은 이번 시의 결정이 예산 부담 완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부산시는 내년 상반기 중 시민 안전보험 가입에 필요한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시민 안전보험이란 부산 시민이 자연재해를 비롯해 범죄와 같은 ‘사회적 재난’으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면 보험사로부터 최대 1000만 원을 보상받는 제도다. 부산 시민은 별도의 가입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고, 보험료는 시가 낸다. 지난 5월 해운대구가 부산지역 기초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시행했고, 일부 구·군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주민 안전보험과 같은 개념이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1억1000만 원(연간)을 내고 주민 안전보험에 가입한 해운대구는 지난 5월과 8월, 목욕탕과 계곡에서 익사 사고를 당한 주민 2명에게 각각 1000만 원의 보험료를 지급했다. 현재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한화 농협 등 일부 민간보험사가 안전상품을 판매한다.

애초 부산시는 내년부터 당장 시민 안전보험을 시행하고자 행정 절차 및 예산 확보를 올해 안에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년 적지 않은 돈이 보험료로 납부돼 신중히 처리하고자 사업 속도를 늦췄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보험을 시행하면 매년 15억 원가량을 보험료로 지출해야 한다. 내년 초 전국적으로 광역·기초지자체 상당수가 가입할 전망이어서 타 지자체 보장 항목을 꼼꼼히 비교한 뒤 사업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시민 안전보험 가입을 추진하려는 건 각 구·군이 주민 안전보험 시행을 서두르기 때문이다. 시행 중인 해운대구에 이어 사상구 사하구 서구 수영구 중구 기장군 부산진구 등 7개 구·군이 내년부터 보험제도를 시행하고자 관련 예산을 책정했다. 강서구 연제구 동구 등 3개 구는 내년 중 보험 시행을 목표로 검토 중이다. 구·군은 “적게는 650만 원(중구)부터 많게는 4억9000만 원(기장군)까지 적지 않은 예산이 들지만, 보험이 주민 보호에 도움될 것이므로 추진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사하구 관계자는 “올해 구평동 산사태 사고 때문에 주민 안전보험 가입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각 구·군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시가 보험료를 지원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주민 안전보험을 시행하는 구·군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지자체의 안전보험이 사적 용도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지자체가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지만 보험료 수령은 일반 보험과 같다. 보험사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므로 악용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최대 11개 구·군이 주민 안전보험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부산시의 시민 안전보험까지 시행되면 중복 보장에 따른 세금 낭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보험을 시행하는 구에 거주하는 주민이 사고를 당해 보험금을 신청하면 구와 시, 각각 별도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시민사회는 시가 일괄적으로 보험을 시행하되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당부했다. 부산경실련 안일규 예산·의정감시팀장은 “구·군이 시행하는 주민 안전보험과 시가 추진하려는 시민 안전보험 사이에 정리가 필요하다. 만약 시 단위의 안전보험이 시작되면 구·군 단위 보험은 폐지해 중복 지출을 막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는 보험 보장항목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