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포상·서훈 신청 적극 추진

일제강점기, 경남 통영지역에서 항일 독립운동에 참가하고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독립운동가 176명이 새로 발굴됐다. 통영지역은 일제강점기 내내 통영청년단과 신간회 통영지회 활동 등으로 항일운동의 중심지였으나, 그 후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관련 기록이 훼손돼 역사 속에 묻혀 왔다.

통영시 한산면이 보관 중인 일제강점기 한산면 범죄인명부. 통영시 제공

통영시는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통영의 항일독립운동가를 조사한 결과, 독립운동가 176명을 새로 발굴했다고 16일 밝혔다.

시로부터 ‘통영시 미발굴 독립운동가 전수조사 학술연구용역’을 의뢰받은 ㈔대한민국지식중심은 제보 창구를 통영시에 개설하고 읍·면·동이 소장한 일제강점기 범죄인·수형인 명부를 파악하는 한편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 등에서 판결문, 형사사건부, 용의조선인명부 행형기록(行刑記錄) 등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문헌자료 1812건, 행형기록 753건, 통영소재 범죄인명부 수록 2057명과 국립기록원 부산기록관 자료 비교 검토 등을 통해 항일독립운동 사실을 확인한 인물은 총 267명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이미 포상을 받은 자를 제외하면 항일독립운동가로 새로 발굴된 인물은 176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1919년 통영지역 3·1만세운동 활동자로 확인된 37명 가운데 10여 명, 1927년 김기정 규탄운동 관련자 35명 가운데 16명이 포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927년 김기정 징토사건은 “조선 사람에게는 교육이 필요치 않다. 보통학교만 나오면 사상이 악화돼 불량한 짓을 하고 사회운동의 선봉이 된다”는 친일 망언을 한 김기정 경남도평의회 의원에 대해 규탄대회를 갖고 김기정의 집과 통영경찰서를 점거한 통영의 대표적인 항일독립운동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번 전수조사에서 김동근(통영면 길야정)의 경우 1928년 대구복심법원에서 ‘소요 상해죄’로 징역 1년 실형(미결구류 통산 90일)을 선고받아 복역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상훈(통영면 명정리) 역시 1928년 대구복심법원에서 ‘소요 상해죄’로 징역 10월(미결구류 통산 90일)을 선고받았다.

일제강점기 중 독립운동에 헌신한 허씨 집안 3대의 항일독립운동 사실도 추가 발굴됐다. 허언의 후손인 허씨 일가는 허언의 5남인 허승완(일명 허승환 ·1894년생), 7남인 허장완(1899년생)은 이미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으나, 이번에 허승완의 아들 허창일(1913년생)과 허언의 손자 허지오(1915년생)의 항일독립운동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허창일은 1944년 육군형법 위반과 조선임시보안령 위반으로 징역 10월(형사사건부, 수형인명부) 복역이 확인됐고, 허지오는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주요 근거가 되는 ‘대정8년 제령 제7호’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통영시는 이번에 발굴한 독립운동가들이 최대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포상과 서훈 신청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