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행정복지센터에 해마다 동전을 기부해온 익명의 기부자 ‘동전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14년째 선행 중인 기부자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27일 반송 2동 행정복지센터에 동전이 가득 담긴 종이상자가 배달(사진)됐다고 1일 밝혔다. 행정복지센터 입구에 놓인 상자를 점심을 먹고 온 센터 직원이 발견했다. 기부된 동전은 10원 50원 100원 500원 등 종류별로 나누어 봉투에 담겨 있었으며, 모두 72만6920원이었다. 메시지가 남겨져 있지 않았지만 센터 직원들은 매년 센터에 동전을 기부하는 ‘동전천사’가 이번에도 다녀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전천사의 기부는 벌써 14년째다. 지난해에는 ‘구겨지고 녹슬고 때 묻은 돈일지라도 좋은 곳에 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적힌 메모와 함께 86만270원이 기부됐다.

하지만 동전천사의 정체는 올해도 밝혀지지 않았다. 2013년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동전이 가득 담긴 종이상자 2개를 놓고 갔다. 이 남자는 이름을 묻는 행정복지센터 직원의 질문에 “좋은 곳에 써달라”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떠났다. 2014년에도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허름한 녹색 점퍼를 입고 행정복지센터로 들어와 복사용지 상자 2개를 민원대에 얹어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당시 상자에도 115만5000원 어치의 동전이 가득 차 있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올해는 동전천사가 언제 나타날지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며 “동전은 이번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