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이 변호했던 사건으로
- 대검 진상조사단도 ‘조작’ 판단
- 법원, 작년 7차례 심문기일 열어

경찰의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고인들의 재심 개시 여부가 6일 결정된다. 이 사건은 항소심과 상고심을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35년간 변호사를 하며 가장 회한에 남는 사건”이라고 언급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6일 오후 3시 심문 기일을 열어 재심개시 여부를 고지한다고 5일 밝혔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법원이 별도의 기일을 열어 공개적으로 재심 개시 여부를 알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변 갈대밭에서 차량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이 납치돼 30대 여성은 강간·살해 당한 뒤 시신이 유기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일이다. 사건 발생 직후에는 경찰이 범인을 붙잡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았는데 1년 10개월 뒤 장동익(62), 최인철(59) 씨가 다른 사건에 휘말려 부산 사하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검찰로 송치되고 재판을 받으면서 줄곧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과 폭행을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은 이들의 ‘허위자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장 씨와 최 씨는 2003년 특별감형을 받고 복역한 지 21년 만인 2013년 출소했다. 이들은 2016년 5월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신청인의 변호인이며 ‘약촌오거리’ ‘나라슈퍼’ 사건의 재심을 맡아 무죄를 이끌었다.

지난해 4월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 산하 대검 진상조사단은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두 명의 용의자를 고문해 허위로 자백을 받아냈다’고 판단했다. 부산고법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모두 7차례 심문기일을 열어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현직 검사와 ‘고문 경찰관’으로 지목된 과거 이 사건 수사 경찰 4명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웠다. 재판부가 서면으로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할 수도 있지만 심문기일을 열었다는 점, 심문기일을 7차례나 열었다는 점 모두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마지막 심문기일에서 최 씨는 “경찰에게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다면 고문 방법과 고문 장소의 구조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며 “손녀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할아버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장 씨는 “강도 살인자의 가족으로 살아갈 제 가족을 위해 진실을 밝히고 싶다”며 “뉴스를 보니 세상이 바뀌었다 싶다. 투명한 세상에서 진실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 더는 저희 같은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