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도 4차로 회전반경 확보 안 돼
- 도로서 후진하다 뒤차 충돌위험
- 기사들 “화단 0.5ｍ 줄이면 해결”

부산 연제구의 한 도로에서 시내버스가 회전 반경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제대로 유턴하지 못해 잦은 사고를 낸다. 버스기사들 사이에서 일명 ‘공포의 유턴’ 구간으로 악명이 높지만 부산시는 5년째 제대로 조처하지 않아 빈축을 산다.

33번 시내버스가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 부산지부 앞에서 맞은편 인도의 가로수를 가까스로 스치며 유턴하고 있다. 김진룡 기자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 부산지부 앞 월드컵대로(왕복 9차로)에서 부산의료원 방면으로 달리던 한 시내버스가 부산시립시민도서관 방향으로 유턴하다가 맞은편 인도의 가로수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또 다른 버스는 1차선에서 유턴 중 회전 반경이 충분하지 않자 후진을 하다 뒤따르는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 1차선에서만 유턴할 수 있지만 1차선이 아닌 2차선에서 유턴을 시도하는 버스도 있었다. 회전 반경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주말에는 시민도서관 방향 4차선이 주차차량으로 이어져 유턴은 더욱더 힘든 실정이다. 하루 100여 대 이상의 시내버스(33번 133번 81번 103번)가 인근 연제공영차고지로 들어가기 위해 이 지점에서 600여 차례 유턴한다.

그러나 전장 12, 13ｍ에 달하는 버스가 맞은편 편도 4차로로도 충분히 회전하지 못해 가로수에 부딪히기 일쑤다. 더 큰 문제는 버스가 1차선에서 회전하기 힘들다고 판단, 2차선에서 유턴을 시도할 경우 3차선에 있던 다른 차량과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낸다는 점이다. 실제로 33번과 133번 노선버스를 운행하는 한창여객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구간에서만 7건의 유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창여객은 접수된 피해 외 개인적으로 합의한 사례까지 합치면 사고 건수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에는 어린이 9명을 태운 통학차량의 운전석과 버스 우측 후미가 충돌하기도 했다. 2차선에서 유턴을 시도하던 버스의 후미가 부산의료원 방향 3차선에서 주행 중이던 통학차량의 운전석 부분을 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친 학생은 없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버스기사도 이 구간을 운전할 때 상당한 두려움을 느낀다. 60대 버스기사는 “2차선에서 버스를 돌리지 않으면 완전히 유턴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3차선의 차량이 버스 쪽으로 바짝 붙으면 자칫 유턴할 때 버스 후미와 부딪치는 사고로 이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맞은편 화단과 인도의 폭을 0.5ｍ만 줄이면 해결되는 문제다. 시에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했지만 가로수 가지치기 말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시는 조만간 대책을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맞은편 화단 일부를 철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유턴 구간 직전에 차고지로 바로 좌회전하는 신호를 만들기 위해 부산경찰청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