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질병 안전·유해성 검증안돼
- 장기 복용 땐 혈액 이상 등 우려
- “부정확한 의학지식 남발 막아야”

개 구충제(펜벤다졸)에 이어 사람 구충제(알벤다졸)까지 항암 당뇨 비염 등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구충제 사재기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는 ‘유튜브 맹신’으로 인해 약물 오남용이 는다며 우려한다.

7일 부산의 한 약국에 알벤다졸이 포함된 구충제가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7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약국. 구충제 알벤다졸을 달라는 취재진의 말에 “2, 3일 뒤에나 구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약국 상황도 비슷했다. 다른 약국 측은 “요즘 하루에 10명 정도 알벤다졸을 찾는다. 한 번은 알벤다졸 100개를 달라는 분이 있어 급성 독성 등 부작용을 설명하면서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알벤다졸은 항암 효과가 있다는 낭설이 퍼진 개 구충제보다 안전하고 저렴한 대체재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많아졌다. 이후 알벤다졸로 당뇨 비염도 치료했다는 ‘자가 임상 시험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면서 전국적인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약사 커뮤니티에는 ‘알벤다졸을 많게는 1000통이나 사려는 사람들이 이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글이 넘쳐난다.

급기야 대한약사회는 이날 올바른 복용 지도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긴급 발송했다. 알벤다졸 등 구충제와 관련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으니 구충 이외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 다량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해달라는 내용이다.

알벤다졸은 1일 1회 복용 후 7일 뒤 재복용하거나 1일 1회씩 3일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 대부분이 장기 복용을 권해 간 독성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대한약사회 안내문을 보면 구충은 용법·용량대로 복용하면 부작용이 적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10% 이상에서 두통, 간 기능 장애, 혈액 이상이 보고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약품은 구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타 질병에 대한 안전성과 유해성이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기존 부작용 외에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유튜브를 통해 부정확한 의학 지식이 퍼지는 사례가 는다. 과산화수소가 비염을 치료한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영상을 보고 과산화수소수를 코안에 발랐다가 점막 손상을 입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과산화수소를 코안에 바르면 화학 반응으로 코점막이 수축돼 위축성 비염이 생겨 엄청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비강 점막이 부은 상태에서 자주 바르면 유착을 부추겨 코막힘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남다른 파급력을 가진 유튜브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송해진 사무국장은 “영상을 직접 보여주는 유튜브는 블로그, SNS보다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낀다. 단순 정보와 달리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의학 정보를 퍼뜨리는 행태를 규제하는 등의 방법을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