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주인 대신해 보증금 돌려주는
- 주택도시보증공사 반환보증
- 작년에만 56건·100억 달해

부산 북구 구포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 씨는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됐지만,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억5000만 원을 돌려줄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지난해 불과 6000만 원으로 집을 매입한 임대인이 속칭 ‘갭 투자’에 실패해 전세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막막함에 임대인을 찾아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재촉했으나 “미안하다”는 말만 들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B 씨도 임대인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하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지인의 도움 덕에 B 씨는 A 씨처럼 임대인을 찾아가 하소연하지 않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연락해 보증금 반환사고를 알리고 보증금 지급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하락과 갭 투자 부작용으로 B 씨처럼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국제신문이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019년 부산에서 공사가 임대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사례가 56건으로 5일 확인됐다. 이는 2017년 보증금 반환사고가 1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대폭 증가한 수치다. 사고 금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17년 3억 원에 불과했던 사고금액은 2018년 27억 원까지 불었다. 급기야 지난해 사고금액은 1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서울 역시 전세보증금 반환사고가 377건 발생해 2017년 대비 47배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49배 증가했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산 집값뿐만 아니라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사고가 생기는 것으로, 한동안은 이런 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임대인에게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세입자도 늘었다. 2017년 3265건이던 부산지역 반환보증 가입 건수는 지난해 9499건까지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보증금액도 2018년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1조7200억 원까지 불어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공사 관계자는 “반환보증 가입은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휴대전화로도 가입이 가능해 편의성이 커진 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