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무료급식소도 제공 중단
- 노인 등 취약자 끼니해결 막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하면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부산지역의 주요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았다. 취약 계층이 혹한과 바이러스에 끼니 걱정까지 삼중고를 겪는다는 우려가 커진다.

부산연탄은행은 서구 아미동 무료 급식소 운영을 지난 7일부터 중단했다고 9일 밝혔다.

연탄은행은 저소득층 노인 200명에게 매일 무료 점심을 제공해왔지만 평균 20명에 이르던 자원봉사자 수가 이달 들어 4, 5명으로 급감했다. 인근 주민 민원도 빗발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도 하루밖에 쉬지 않았던 무료 급식소가 언제 다시 문을 열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대표는 “부산에 확진 환자는 없지만 의심환자가 늘면서 봉사자 수 자체가 확 줄었다. 또 이용객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이다 보니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지역주민이 많다. 고민 끝에 우선 일주일 중단을 결정했고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26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전국천사무료급식소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 3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부산진구 초읍동에 있는 부산어린이대공원 무료 급식소 역시 노인 250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기 어렵게 됐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마지막 점심을 제공하는 날 ‘이제 어디 가서 점심을 먹냐’는 어르신의 말씀에 마음이 매우 아팠다. 하지만 식사 중에는 마스크를 낄 수도 없다. 감염 우려가 높아 이 같은 결정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14개 자원봉사단체가 함께 노숙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동구 부산진역 무료 급식소는 계속 운영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보다 당장의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이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곳을 이용하는 노숙인은 하루 700~800명에 이른다. 대신 봉사단은 식사 전 손 씻기, 물수건 배포 등을 통해 감염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