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일 무제한서 최대 7회 제한 후
- “중하위권 기수 수입 증가” 홍보
- 결원에 운영 타격받자 급히 늘려
- 노조 “주먹구구식 운영 실효 의문
- 최소 기승보장제 시행해야” 요구

지난해 문중원 기수가 극단적 선택(국제신문 지난해 12월 2일 자 2면 등 보도)을 한 후 경쟁을 완화하려고 ‘기승 제한’을 시행한 한국마사회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노조는 “주먹구구식 제도 운용”이라고 비판하면서 기수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최소 기승 보장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한다.

한국마사회는 21일부터 기승 제한을 일부 완화한다고 19일 밝혔다. 마사회가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한 기승 제한 제도는 경마 기수 한 사람이 하루에 말을 탈 기회를 최대 7회로 제한한 게 골자다.

제도 도입 전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는 무제한으로 말을 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성적이 좋은 일부 기수에게만 말을 탈 기회가 주어졌고 중하위권 기수에게는 기승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수입을 올리기 어려워 대부분의 기수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경마 기수 간 격차 문제가 불거지자 마사회는 기승 제한 제도를 시행했는데, 21일부터는 제한 횟수를 7회에서 8회로 늘린다. 다른 경마장 휴장기나 대회 기간에는 최대 13회까지 기승할 수 있다. 마사회는 이달 초 기승 제한 제도를 시행 한 덕에 2019년 1월 기수 한 사람당 기승 횟수가 5.7회에 그쳤지만, 올해 1월 6.35회까지 늘었고 수입도 증가했다고 홍보했는데, 제도를 시행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다.

마사회는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가 34명으로 서울 52명에 비해 적고 병가, 군입대 등 개인적 사유로 결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기승 제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기승 제한 제도 시행 후 경주가 평균 10회 열리는 금요일은 기수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승 횟수를 늘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 노조 관계자는 “기승 제한 제도를 시행한 지 두 달도 못 돼 손질하는 것만 봐도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승 제한 제도가 효과를 내려면 우리가 요구하는 최소 기승 보장제 또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달 13일부터 문중원 기수 유족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찾고자 마사회와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지난달 31일 의견 차로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19일 마사회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감사 자료를 허위 제출했다는 이유 등으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