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열단원 박차정(1910~1944) 의사의 조카이자 의열단장 약산(若山) 김원봉(1898~1958) 선생의 처조카인 박의영(사진) 목사가 지난 11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박 목사는 박문희 박문호 박차정 의사 가족을 대표했다. 박 목사는 부산 출신의 여성 독립운동가인 박차정 의사의 조카다. 1910년 5월 8일 부산 동래 복천동에서 출생한 박차정 의사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조선의열단을 이끈 약산 김원봉 선생의 아내다. 박 의사의 첫째 오빠가 박문희(1901~1950) 선생, 둘째 오빠가 박문호(1907~1934) 선생이다. 박문희 선생이 박 목사의 아버지다. 집안의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려던 박 목사의 노력으로 지난해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에 박문호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이 수여됐다. 이로써 이미 독립유공자인 여동생 박차정 의사와 형 박문희 선생에 이어 한 집안에서 세 번째 독립유공자가 나왔다.

이런 성과에는 1990년대 초반부터 집안의 독립운동사 자료를 꾸준히 모아온 박 목사의 공이 컸다. 박문희, 문호 선생은 의열단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탓에 항일독립운동사에 드러나지 않았다. 박 목사는 집안 사정 등 기록을 후대에 알리고자 1990년대 초반부터 집안의 독립운동사 자료를 모았다. 국내는 물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대 자료실 등에서 자료를 수소문했다.

박 목사는 2014년부터 대표적인 혈액암인 다발골수종(골수암)으로 투병 중이었는데 지난달부터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해왔다. 박 목사는 지난달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체력이 회복되면 집안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곤욕을 치르면서도 어떻게 독립운동 정신을 이어왔는지를 후손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작업을 꼭 마무리하겠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고인은 건강 악화로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1946년생인 고인은 경성대 신학대 교목실장을 지냈다. 빈소는 부산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 107호실. 발인은 16일 오전 10시. (051)711-4400.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