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로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첫 피의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부산경찰청에 들어선 과정을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2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오 전 시장은 경찰에 출석하면서 간이 코로나19 진단 발열 검사를 받았다.

애초 지역사회에서는 오 전 시장이 소환 조사 당일 부산경찰청 후문과 정문을 통해 들어설지를 두고 관심이 쏠렸다. 청사 1, 2층에 위치한 이 두 곳을 이용할 경우 오 전 시장은 여느 출입자와 마찬가지로 발열검사를 받고 출입 기록을 작성해야 만 한다. 일반적으로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는 이들은 정문과 후문을 통해 청사에 들어선다. 이 때문에 오 전 시장이 이른바 ‘뒷구멍’으로 경찰에 출석할 경우 부산경찰청의 방역 지침 준수 여부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런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 전 시장은 조사 당일 오전 7시 35분 부산경찰청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뒤 화물용 승강기를 통해 청사 10층의 진술 조사실로 갔다. 이 경우 통사 의경을 통해 이뤄지는 발열 검사와 출입 대장 작성도 하지 않는다. 대신 오 전 시장은 수사관이 준비한 간이 체온계로 발열 체크를 한 뒤 청사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특혜 의혹이 거세다. 시민(43) A 씨는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거치는 과정 없이 별도의 방식으로 오 전 시장을 대접하는 것 자체가 특혜 논란을 불러일르키기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시민 B(38) 씨는 “이번 사태에 모든 시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또 오 전 시장의 화물용 승강기 이용 자체가 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화물용 승강기는 조작자 또는 화물 취급자가 탑승해야 한다. 이를 어겼을 때 처벌 규정은 별도로 없다. 단 화물용 승강기를 이용하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 소지는 생길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사 내 승강기의 특성상 직원 출입카드로 승인을 하지 않으면 작동이 안 된다”며 “법을 어기면서까지 오 전 시장에게 혜택을 주는 건 맞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측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피의자 출입 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취재진의 집중을 받는 오 전 시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별도의 조처를 했다고 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가 안정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조처했으므로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산경찰청 소환 조사 날 이용한 화물용 승강기.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