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 오가는 길에 보도블록 깔아
- 곳곳 균열·침하로 보행 위협
- 사하구, 9억 들여 재정비 계획

부산 사하구가 50억 원을 들여 만든 동아대 일대 ‘하단 젊음의거리’ 곳곳에서 침하 현상이 생기면서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를 위협한다. 조성 당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보도블록을 놓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강행했던 구는 다시 9억 원을 들여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26일 부산 사하구 ‘하단 젊음의거리’바닥에 보도블록이 침하돼 있다. 전민철 기자

26일 오후 동아대 승학캠퍼스로 향하는 ‘젊음의거리’의 도로 바닥 곳곳은 걷기 힘들 정도로 균열·침하된 상태였다. 차량을 타고 이동해도 비포장도로를 지나는 것과 같은 덜컹거림 등 충격이 전해졌다. 아트몰링CGV 일대 ‘젊음의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보도가 뒤틀리면서 보도블록마다 높이에 차이가 있었다. 이에 보행자들이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질 수 있었고, 특히 자동차가 지나갈 때면 보도블록이 튀어나올 만큼 흔들리는 구간도 있었다. 멀쩡한 도로를 찾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이성민(27) 씨는 “길 곳곳이 움푹 패어 있고 어떤 곳은 높아 발목을 접질린 적이 있다. 이곳을 지날 땐 항상 땅을 보면서 걸어야 할 만큼 불편하고 위험하다”며 “유동인구도 많은 곳에 왜 이런 도로를 조성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구는 2011년부터 2016년 8월까지 하단교차로와 동아대 주변 일대에 총길이 2566ｍ의 ‘하단 젊음의거리’를 조성했다. 역동적인 이미지의 도시 공간을 창출하겠다면서 아스팔트가 아닌 보도블록으로 이곳의 바닥을 모두 교체했다. 사업에는 50억 원이 들어갔다.

준공된 지 4년밖에 안 된 ‘하단 젊음의거리’ 바닥의 문제점은 사업 초기에 예견이 됐다. 보도블록은 배수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력으로 인해 뒤틀림 현상이 자주 생긴다. 여기에 자동차가 지나는 곳에 보도블록을 깔면서 뒤틀림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이곳은 상습정체구역인 하단교차로 인근으로, 우회하려는 차량이 많이 지난다. 동아대 최재호(토목공학과) 교수는 “해당 구간은 차량 통행이 많은 곳으로, 하중을 따져 설계돼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간혹 미관상 이유로 보도블록을 도로에 설치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곳의 환경을 감안하면 시공을 달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는 9억 원을 들여 이 일대를 정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미관 효과와 예산 등을 고려해 시공단가가 비싼 판석이 아닌 보도블록을 설치했다”며 “이 일대에 진행 중인 오수관거 정비사업이 끝나면 스탬프 공법으로 ‘젊음의 거리’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