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명의로 부동산 2건 취득 후
- 의회발언서 산복도로 개선 주장
- 아들 부동산 토지경계 문제삼아
- 서구가 자체 현장조사 나가기도
- 경찰, 매입 경위 등 내사 착수

부산 서구의회 재선 의원의 일가가 지역구 내 부동산을 집중 매입해 투기 의혹(국제신문 지난 9일 자 9면 보도)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의원이 자녀가 취득한 부동산의 주변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구의회에서 5분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의원 일가의 부동산 매입 경위를 파악하는 등 사실상 내사에 착수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10일 서구의회 속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A 의원은 2017년 남부민동 일대 산복도로의 폭이 좁아 주민 불편을 초래해 공·폐가를 철거한 땅을 활용해 골목길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마을기업과 연계한 관광지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 효과를 내는 등 해당 산복도로를 활용한 도시재생에 구가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앞서 A 의원의 딸은 2016년 일대에서 부동산 2건을 취득했다.

A 의원은 나아가 2018년 4월에도 산복도로 고지대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언급하며 빈집 리모델링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주민을 위한 거점시설과 체육공원 등의 활용방안도 언급했다. A 의원은 이후 지난해 딸 명의로 1건의 부동산을 추가로 취득했으며, 아들 역시 같은 해 1건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공교롭게도 구는 A 의원 일가가 매입한 부동산의 일대에 총 234억 원이 투입되는 샛디산복마을 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지난해부터는 A 의원 일가 소유의 부동산 중 한 곳 인근에 40억 원가량이 들어가는 도로 개설사업도 벌인다. 특히 A 의원은 지난 3월 아들이 매입한 부동산의 토지 경계 등을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해 구가 현장조사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앞서 A 의원은 지난해 9월 열린 본회의에서 지적재조사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땅의 경계가 맞지 않아 측량을 신청해도 측량이 불가한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구 관계자는 “당시 A 의원의 민원 제기로 토지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나갔지만 토지 경계의 구체적인 확인은 다른 기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안내해줬다”고 말했다.

동료 의원들은 A 의원의 지역구 내 부동산 매입 행위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 의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쓰는 구의원이 부동산을 잇따라 매입하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의정활동이라도 사익 추구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법적인 문제를 떠나 공직자 윤리 측면에서 A 의원의 부동산 매입 행위는 바람직한 처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제신문 취재진은 A 의원의 입장을 파악하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