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작 논란된 구의원들 사과 없고
- 진상조사·윤리위 회부도 안 돼
- 식구 감싸기 비판 속 수사 촉각

부산 서구의회가 소속 의원들의 잇단 물의에 공식 사과를 했지만 정작 진상조사 등은 외면해 ‘반쪽’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구의회 이석희 의장은 지난 12일 열린 제249회 구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최근 소속 의원들이 각종 문제를 빚은 데 공식 사과했다. 이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서구의회 내 불미스러운 일로 구민과 공무원 여러분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민의를 살피고 반영해야 하는 대의기관 의원으로서 이번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으로 인해 신뢰받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원 모두 자신을 돌아보며 구민 눈높이에 맞는 의회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구의회 소속 A 의원은 비공개 자료인 위탁사업 심사위원 명단을 당시 입찰에 참여한 지인에게 유출(국제신문 지난달 20일 자 6면 등 보도)했다. B 의원은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지역구 내 부동산을 가족 명의로 집중 매입했다는 투기 의혹(국제신문 지난 9일 자 8면 등 보도)에 휩싸였다.

의장의 뒤늦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구의회는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구의회는 지난달 A 의원의 심사위원 명단 유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고, A 의원도 잘못을 인정했지만 구의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착수하거나 윤리심사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 여기에 B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부랴부랴 의장이 사과했지만 후속 조처는 전무하다.

무엇보다 A, B 의원이 직접 구민에게 사과한 적도 없다. 구의회는 이날 정례회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윤리심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등을 논의하겠다는 입장만 정했다. 특히 ‘의원이 윤리강령을 위반한 경우 윤리심사 대상이 된다’는 조례가 있지만 구의회가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의회가 소속 의원이라고 해서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다면 집행부를 감시, 견제해야 할 의원의 목소리를 누가 듣고 따르겠느냐”며 “보다 엄중한 조처가 있어야 주민의 대표 기관인 구의회의 위상이 바로 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