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호복·보호복 겹쳐 입고
- 입국자와 다니며 검사 진행
- 자택 도착까지 긴장 못 풀어
- 감염될까 에어컨도 최소화
- 짧은 체험에 두통·호흡곤란

해외 입국자에 의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을 막고자 지난 3월부터 부산시가 운용 중인 부산역 비상수송반 이용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여름 무더위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 악전고투하는 비상수송반의 업무 현장을 국제신문 취재진이 따라가 봤다.

지난 18일 부산역에서 국제신문 임동우 기자가 비상수송반 동행을 위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해외 입국자의 집인 해운대구 좌동으로 출발하기 전 두리발 차량을 점검하는 모습.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지난 18일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 설치된 부산시 비상수송반. 매일 11편의 KTX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들을 광명역에서 부산역까지 태워 오면 집까지 수송하는 일을 한다. 이날 오후 5시42분 부산역에 도착한 기차에는 일본과 폴란드 등에서 입국한 10명이 타고 있었다. 기자는 이들을 맞기 위해 레벨D의 방호복을 착용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모두 감싸는 전신 보호복 위에 비닐 소재의 보호복을 한 겹 더 감쌌다. 손에는 장갑을 끼고, 의료용 N95 마스크를 쓴 뒤 얼굴 전체를 가리는 페이스실드를 썼다. 통풍이 전혀 되지 않다 보니 옷과 보호복 사이에 금방 습기가 차올랐다. 습기는 곧 땀으로 변해 답답함과 불쾌감을 높였다.

KTX 18호차에서 입국자가 내리자마자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한 코레일 직원들이 곧바로 열차에 올라타 열차 바닥, 의자, 손잡이 등을 소독약으로 닦아냈다. 입국자는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 도착, 명부에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검체채취 시험의뢰서 작성을 마친 뒤 ‘워킹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았다. 검체 채취를 마친 한 입국자는 “여기서 한 차례 검사를 받고 다시 지역보건소에 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모든 게 끝나고 결과도 문자로 통보돼 굉장히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들을 집까지 수송하는 일이 남았다. 가족 등 자가용 이용 입국자를 제외하고는 부산시설공단이 배정한 5대의 두리발(장애인콜택시)을 통해 주거지까지 이동한다. 입국자와 1ｍ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가장 오랜 시간 접촉해야 하는 두리발 차량 운전자(복지매니저)는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을 마치고 차량에 올랐다. 비가 오는데다 퇴근시간까지 겹쳐 입국자의 집인 해운대구 좌동까지 가는데 1시간15분이 걸렸다. 오후 8시께 부산역에 복귀한 정양근 복지매니저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운전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아무리 더워도 감염 가능성을 낮추고자 창문을 열고 운행한다. 에어컨을 1단계로 틀지만 외부에서 유입되는 열기로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3시간에 걸쳐 D레벨의 방호복을 입고 움직이다 보니 호흡이 가빠져 무의식적으로 손이 마스크로 향했고, 두통까지 찾아왔다. 3시간 체험에도 답답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기자와 달리 복지매니저들은 하루 8시간, 평균 4, 5차례 해외 입국자를 수송한다. 시설공단 추연길 이사장은 “한여름을 앞두고 무더위로 고생하는 수송반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19일까지 1만809명의 입국자가 부산역을 거쳐 갔다. 16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긴 했으나 부산시 부산시설공단 경찰 코레일의 수고로 지금까지 2차 감염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