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기부터 2개 권역으로 나눠져
- 복지부 2, 3곳 탈락시킬 가능성

- 서부권 기존 경상대병원 더해
- 삼성창원병원도 신청서 제출

- 동부권 부산대병원 등 기존 5곳
- 해운대백병원·울산대병원 도전

연말로 다가온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두고 부산 울산 경남(PK) 대학병원들의 눈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PK를 경남 서부와 동부, 두 권역으로 나누어 신청을 받으면서 지역병원 간 희비가 엇갈린다. 부산 등 동부 쪽에 대학병원이 쏠려 있어 이 일대 대학병원 사이에서는 탈락 위기감이 커진다.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연말로 다가온 가운데 경남 서부권역은 추가 지정의 기대가 커지는 반면 동부권역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탈락 위기감이 고조된다. 사진은 이번에 도전장을 낸 삼성창원병원, 해운대백병원, 울산대병원(왼쪽부터) 전경. 카카오맵 거리뷰 캡처·국제신문DB

■상급종합병원을 잡아라

상급종합병원은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종합병원으로, 흔히 ‘3차 병원’이라고 일컫는 대학병원급 대형병원을 말한다. 시설, 인력, 중증환자 비율 등을 평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3년 단위로 재지정한다. 몇 곳을 지정할지는 해당 지역에 필요한 병상 수 등을 고려해 결정하므로, 선정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2018~2020년 적용된 3기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에 42곳이 있다.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어 선정했으며, 서울이 13곳으로 가장 많다. 경남권(부울경)에서는 인제대 부산백병원, 경상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6곳이 3기 상급종합병원 명단에 올라있다.

상급종합병원이 되면 무엇보다 의료수가가 올라간다. 난도가 높은 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이라는 인정을 받은 만큼 수가도 함께 높아져 진료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부산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정 여부에 따라 진료비 수익이 매년 200억 원가량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최상급 병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더해져 대학병원들은 재지정 때마다 사활을 건다.

■쪼개진 부울경… 희비 엇갈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4기 상급종합병원(2021~2023년) 지정 평가 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국에서 51개 병원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3기 선정 기관이 42곳인 것을 감안하면 9곳이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특히 부울경에선 변화가 크다. 3기까지만 해도 부울경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었지만, 4기 때는 부산 울산 거제 김해 밀양 양산을 아우르는 경남동부권과 그 외 지역인 경남서부권으로 나누어 지정 신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경남권 6개 상급종합병원 중 경남서부권에 해당하는 병원은 진주 경상대병원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경남동부권에 속한다. 이번 신청에서 경남서부권역에서는 경상대병원에 더해 삼성창원병원이 도전장을 냈다. 삼성창원병원은 3기 선정 때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부산지역 대형병원들과의 경쟁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경쟁자가 크게 줄어든 만큼 지정을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창원병원 관계자는 “경남서부권역에 몇 곳의 병원이 지정될지 알 수 없어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거보다는 여건이 나아졌다고 생각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파이’가 작아진 경남동부권역에서는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실제로 기존 5곳 이외에도 3기에서 탈락했던 인제대 해운대백병원과 울산대병원이 재도전에 나섰다. 권역은 줄어든 반면 신청 병원 수는 늘어나 위기감이 고조된다. 4기 지정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보험재정 등을 볼 때 현재 수준(5곳)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는 의견이 많다. 경남서부권역에서 1곳이 늘어나면 동부권역에서 1곳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2,3곳은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A대학병원 관계자는 “권역 중에서는 특히 부울경 권역에 대학병원이 많아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데, 권역까지 나누어지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대학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은 비교적 영향이 적겠지만 상대적으로 작거나 전공의 수가 부족한 병원은 신규 신청 병원과 경쟁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병원들은 재지정을 위한 총력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에서 전공의 확보 비율 등 지역병원에 불리한 선정 기준을 완화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는 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청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청구 실적 등을 토대로 평가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하며, 다음 달 중 현장 실사를 진행한다.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규모는 11월 발표되는 권역별 소요 병상 수 등을 토대로 확정되며, 12월 선정 명단이 최종 확정·발표된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